초심으로 돌아갑시다 (2654) ///////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 유수진
저녁의 집 / 유수진
아침이라면 모를까
저녁들에겐 다 집이 있다
주황빛 어둠이 모여드는 창문들
수줍음이 많거나 아직 야생인 어둠들은
별이나 달에게로 간다
불빛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건
다 저녁의 집들이다
한 켤레의 염치가 짝짝이로 돌아왔다
수저 소리도 변기 물 내리는 소리도 돌아왔다
국철이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설거지를 끝낸 손가락들이
소파 한 끝에 앉아
어린 송아지의 배꼽, 그 언저리를 생각한다
먼지처럼 버석거리는 빛의 내부
어둠과 빛이 한 켤레로 분주하다
저녁의 집에는 온갖 귀가들이 있고
그 끝을 잡고 다시 풀어내는 신발들이 있다
적어도 창문은 하루에 두 번 깜박이니까 예비별의 자격이 있다
깜박이는 것들에겐 누군가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다
매번 돌아오는 관계가 실행하는 수상한 반경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있고
스위치를 딸깍, 올리면 집이 된다
별은 광년을 달리고 매일 셀 수 없는 점멸을 반복한다
그러고 나서도
어수룩한 빛들은
얕은 수면 위로 귀가한다
[당선소감]
수변길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잔잔한 물결 위로 불빛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어룽어룽 빛들이 물결 따라 흔들렸습니다.
징검다리로 올라서니 수변길에서 보던 빛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빛들은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겨 제 몸을 다해 점멸하고 있습니다.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널 때마다 빛들이 자리를 옮깁니다.
이쪽과 저쪽을 다니며 수면 위에서 반짝이는 빛들을 오래 봤습니다.
집 쪽으로 고개를 돌려 전등을 환하게 켜둔 방을 헤아렸습니다.
아파트엔 불 켜진 방이 많았습니다.
저기 어디 내 방에도 불이 켜졌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따스해졌습니다.
밤 기온이 영하라는데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달았습니다.
불이 환한 창문들 사이로 듬성듬성 아직 빛이 귀가하지 않은 방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변길을 오래 걸었습니다.
가끔 질문을 받습니다.
글을 왜 쓰냐고, 시를 왜 쓰냐고. 그럴 때마다 막막하고 난감합니다.
왜 쓰는지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도 답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쪽엔 흰 종이를 펼쳐 둔 채 다른 쪽에 한글파일 화면을 열어 두었습니다.
답을 찾아가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귀가를 기다리는 창문들에 관심을 두겠습니다.
수면 위에서 점멸하는 별의 끝을 잡고 풀어가겠습니다.
여정의 길목마다에서 스위치를 찾겠습니다.
스위치를 딸깍, 올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어수룩한 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전북일보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 고향, 엄마 보고 싶어요. 아버지, 당신의 등을 존경합니다.
아들아, 딸아, 사랑한다. 남편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심사평]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유의 깊이가 돋보여
예심을 거쳐 본심에 열한 분의 작품이 올라왔다.
(응모자의 인적 사항이 없이 응모 번호만 응모작 맨 앞에 적혀서 보내왔다).
심사위원들은 코로나19로 만나지는 못하고 각자 좋은 작품을 뽑기 위해 숙독을 하고
다시 각각 세 분의 작품으로 압축했다.
본심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없는 것은 없다」 외 2편,
「흙냄새 향수」 외 4편,
「저녁의 집」 외 3편이었다.
마지막까지 논의된 세 분의 작품들은 모두 소위 신춘문예 풍조에 물들지 않고
자신들만의 목소리로 시의 위의와 진정성을 지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먼저 「없는 것은 없다」 외 2편의 작품은
대담한 언어 구사와 상상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언어를 부리는 기교가 겉으로 너무 드러나면
소통과 감동에서 약간 멀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비록 오타였다 하더라도
“맡겨”를 “맞겨”로 쓴 실수는 마지막 퇴고나 맞춤법에 신경을 쓰지 않았구나 하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흙냄새 향수」 외 4편에서는
시적 진술과 이미지를 이끌어가는 힘이 좋았다.
그러나 일상을 읽는 독법이 평이함으로써 참신한 감각, 즉 신선미가 떨어진 듯하여 아쉬웠다.
「저녁의 집」 외 3편은
요즘처럼 세상이 코로나19로 어수선할 때 너무나 소중해진 당연한 일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가 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차분하면서도 치열한 시적 사유와 언어를 다루는 능력이 돋보인다.
동시에 다른 응모작들도 고른 수준을 견지함으로써 앞으로 좋은 시인이 되리라는 믿음을 주었다.
그러기에 심사위원들은 「저녁의 집」을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하자는 의견이 서로 일치했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심사위원 허형만 시인,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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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의 시 "저녁의 집"은
저녁 시간의 따뜻함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에요.
시 속에서 저녁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따뜻한 귀가를 상징해요.
시의 첫 부분에서는
"아침이라면 모를까 저녁들에겐 다 집이 있다"라는 표현으로 시작해요.
이는 저녁 시간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와 안식을 찾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주황빛 어둠이 모여드는 창문들"이라는 표현은
저녁의 따뜻한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어요.
또한, "한 켤레의 염치가 짝짝이로 돌아왔다"와 "수저 소리도 변기 물 내리는 소리도 돌아왔다"는 표현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이러한 표현들은 저녁 시간이 되면 집안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들을 통해 일상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줘요.
시의 중반부에서는
"먼지처럼 버석거리는 빛의 내부"와 "어둠과 빛이 한 켤레로 분주하다"는 표현이 등장해요.
이는 저녁 시간의 복잡한 감정과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어요.
저녁의 집에는 다양한 귀가들이 있고,
그 끝을 잡고 다시 풀어내는 신발들이 있다는 표현은 저녁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해요.
마지막 부분에서는
"별은 광년을 달리고 매일 셀 수 없는 점멸을 반복한다"는 표현이 나와요.
이는 저녁 시간이 반복되며, 매일매일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해요.
"어수룩한 빛들은 얕은 수면 위로 귀가한다"는 표현은
저녁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안식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어요.
이 시는 저녁 시간의 따뜻함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줘요.
시 속의 이미지와 상징들은 저녁 시간의 따뜻한 분위기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잘 담아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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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상징은?
유수진의 시 "저녁의 집"은 여러 상징을 통해 저녁 시간의 따뜻함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표현하고 있어요.
저녁: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따뜻한 귀가를 상징해요. 저녁 시간은 하루의 끝에서 안식을 찾는 순간을 의미해요.
주황빛 어둠: 저녁의 따뜻한 분위기와 평온함을 상징해요. 어둠이 모여드는 창문들은 저녁의 고요함과 안락함을 나타내요.
불빛: 집의 따뜻함과 안식을 상징해요. 불빛이 있는 곳은 저녁의 집들로, 사람들이 돌아와 안식을 찾는 장소를 의미해요.
수저 소리와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상징해요. 이러한 소리들은 저녁 시간의 일상적인 풍경을 그려내며, 집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줘요.
별과 달: 저녁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상징해요. 수줍음이 많거나 아직 야생인 어둠들은 별이나 달에게로 가는 모습은 저녁의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요.
이 시는 이러한 상징들을 통해 저녁 시간의 따뜻함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