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갑시다 (2655) ///////
202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 박수봉
빈집 / 박수봉
빗속에 집이 잠겨있다
태풍이 온 나라를 휩쓸었지만 빈집은
날개를 접고 흔들리지 않았다
식구들은 모두 전주로 떠나버리고
덩그러니 혼자 남은 빈집
퇴행성관절염에 어깨 한쪽이 내려앉은 채
기울어 가는 생을 붙들고 있다
빈집의 담장을 지나다보면 허옇게 바랜 집이
손을 저으며 말을 걸어온다
평생 걸어온 길의 기울기와 그 길로 져 날랐던
가난과 고단함에 대해서 빈집은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빈 방에다 새긴다
행간마다 피어나는 유폐의 점자들
마당 우물터로 목마른 잡초들이 조촘조촘 들어서고
버리고 간 장독대엔 혼잣말이 웅얼웅얼 발효 중이다
죽은 참가죽나무에 앉아 종일 귓바퀴를 쪼아대던
새소리도 날아가고 귀가를 서두르는 골목
일몰의 욕조에 몸을 담근 빈집이
미지근한 어둠으로 눈을 닦는다
종일 입술을 다문 대문을 빈집은
몇 번이고 눈에 힘을 주어 밀어 보지만
끝내 대문 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마당 깊은 곳까지 어둠이 차오르면 빈집은
눈을 들어 별자리를 더듬는다
식구들이 몰려 간 서남쪽 하늘
별이 기울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들쥐가
들어앉아 새끼를 낳았다
이따금 달빛이 새끼들의 털을 핥아주고 갔다
들쥐는 빈집의 뒷다리를 갉아 먹으며 자라고
집은 제자리에서 우물처럼 늙어간다
빈집의 늑막 아래로 어둠이 점점 차오른다
[당선소감] “시의 길은 말없이 인내하며 살아가는 삶의 뒷모습 따라가는 것”
보라색 공원관리 조끼를 입은 사내들이 나무 줄기를 자르고 있었습니다.
나무는 지난 계절을 잃고 바람을 흘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그런 나무 곁에서 문득 내가 줄기 잘린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퍼렇게 뻗어 가는 시의 줄기를 잃고 자꾸 움츠러드는 제 모습이 나무를 닮았다며
허전함의 지평을 늘이고 있을 때 당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수변 공원 나무들을 보러 나섰습니다.
매서운 한파에 뭉툭하게 가지가 잘린 나무들이 즐비하게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나무의 잘린 부분을 어루만지면서 저는 제 시가 가야할 길을 더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리고, 꺾이고, 찢겨가면서도 말없이 인내하며 살아가는 삶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것이
시의 길임을 어렴풋이 느끼면서 천천히 공원을 걸었습니다.
저의 움츠러든 손목에 힘을 실어주신 심사위원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름이 더욱 무거워졌음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최종심에서 낙선하고 우울해 할 때 낙선주라며 담근 술을 따라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던 오산의 문우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사랑하는, 제가 사랑하는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주관적 정서의 객관화, 소통 잊지 않은 작품"
전주에 펑펑 함박눈이 쏟아지겠다고 예보된 날 신문사로부터 본심에 올라온 14편의 시를 전달받았다.
이름을 지운 응모자의 시편들은 자아와 세계의 화해 불가능을 확신하는 비규범성이나
이질적인 것들의 혼돈 등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혼종적 욕망이 들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의 시단 풍토와 다르게 뜻하는 바가 분명했고
시어들 개개의 인상과 소리 맵시가 어울려 새 형상을 짓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응모작 중에서
<괄호 밖의 사람들>,
<빈집>,
<편의점 라이프>,
<오래 머무르는 풍경>,
<바람의 건축> 등의 작품을 오래 들여다봤다.
<괄호 밖의 사람들>은
‘괄호 안의 사람들’을 궁금하게 함과 동시에 모래가 환기하는 삶의 황폐성을 떠올리도록 하고,
<오래 머무르는 풍경>에 적힌
‘경작금지라는 팻말’과 ‘누군가는 스며들고 또 누군가는 닮아간다’라는 구절은 시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편의점 라이프>와 <바람의 건축>도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끌었다.
숙고 끝에 <빈집>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태풍을 피해서 모두가 떠난 빈집,
삶의 내력과 유폐된 시간을 감당하는 의인화는 고단한 시간을 견딘 타인의 이야기,
동시대 모두의 사연으로 읽혔다.
‘평생 걸어온 길의 기울기’에 어울린 빈집의 서사는 시 공부를 열심히 한 흔적도 보였다.
시는 주관적 정서의 객관화이며,
소통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시적 형상화에 공력을 들인 <빈집>의 시인,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민윤기(서울시인협회 회장), 이병초(전북작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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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봉의 시 "빈집"은 상실과 고독을 주제로 한 작품이에요.
시 속에서 빈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기억을 상징해요.
시의 첫 부분에서는
"빗속에 집이 잠겨있다"라는 표현으로 시작해요.
이는 집이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왔음을 암시하며,
"태풍이 온 나라를 휩쓸었지만 빈집은 날개를 접고 흔들리지 않았다"는
표현은 집이 외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타내요.
또한, "식구들은 모두 전주로 떠나버리고 덩그러니 혼자 남은 빈집"이라는 표현은
집이 더 이상 가족의 안식처가 아닌, 버려진 공간이 되었음을 강조해요.
"퇴행성관절염에 어깨 한쪽이 내려앉은 채 기울어 가는 생을 붙들고 있다"는 표현은
집이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묘사되며, 그 안에 담긴 시간의 흐름과 고통을 상징해요.
시의 중반부에서는
"빈집의 담장을 지나다보면 허옇게 바랜 집이 손을 저으며 말을 걸어온다"는 표현이 등장해요.
이는 집이 마치 사람처럼 말을 걸어오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이야기를 암시해요.
"평생 걸어온 길의 기울기와 그 길로 져 날랐던 가난과 고단함에 대해서 빈집은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빈 방에다 새긴다"는 표현은
집이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기억을 간직하고 있음을 나타내요.
마지막 부분에서는
"마당 깊은 곳까지 어둠이 차오르면 빈집은 눈을 들어 별자리를 더듬는다"는 표현이 나와요.
이는 집이 더 이상 생명력을 잃고, 어둠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모습을 상징해요.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들쥐가 들어앉아 새끼를 낳았다"는 표현은
집이 더 이상 사람들의 공간이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되었음을 나타내요.
이 시는 상실과 고독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빈집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어요.
시 속의 이미지와 상징들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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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상징은
박수봉의 시 "빈집"은 여러 상징을 통해 상실과 고독을 표현하고 있어요.
빈집: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기억을 상징해요. 가족이 떠난 후 남겨진 빈집은 상실과 고독을 나타내요.
퇴행성관절염에 어깨 한쪽이 내려앉은 집: 집이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묘사되며, 그 안에 담긴 시간의 흐름과 고통을 상징해요.
허옇게 바랜 집: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온 집의 모습을 상징하며,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이야기를 암시해요.
마당 우물터의 잡초: 시간이 흐르면서 집이 점점 황폐해지는 모습을 상징해요. 잡초는 방치된 집의 모습을 나타내요.
들쥐와 새끼: 사람들이 떠난 후 자연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상징해요. 들쥐는 빈집의 새로운 주인이 된 모습을 나타내요.
어둠이 차오르는 집: 집이 더 이상 생명력을 잃고, 어둠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모습을 상징해요.
이 시는 이러한 상징들을 통해 상실과 고독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어요.
시 속의 이미지와 상징들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