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예순이 되면
ㅡ서정홍
새벽에 일어나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오전에 세상 걱정 모두 내려놓고
땀 흘리며 나무를 심고
밭을 가꾸리
오후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닦고
해가 지면 아이들을 만나
슬기로운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리라
짬을 내어 젊은이들과 어울려
지난 날을 거울 삼아
앞날을 이야기하고
마음 나눌 벗을 만나
술 한 잔 나누리라
틈만 나면
맨발로 흙을 밟으며
나무를 끌어 안아 보고
나무에 기대어
낮잠을 자리라
키 작은 들꽃과
이른 아침부터 잠을 깨우는 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가만히 하늘을 보리라
두 번 다시는
허둥거리며 살지 않으리라
무슨 일은 하든, 누구를 만나든
따뚯한 마음을 잃지 않으리라
외로움에 지친 이들에게
자주 편지를 쓰고
좋은 책을 선물하리라
살다 보면
어찌 눈물 마를 날이 있으랴마는
그 눈물로
메마른 세상을 흠뻑 적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2024.9.26 목요일 흐리다
♡신중년 수업을 준비하며 시를 읽는다ㆍ좋아하는 농부시인이 예순의
나이를 읊는다ㆍ백배공감이 간다ㆍ
흙을 만지며
착해지고 선해 지는 일
글이 되고 책이 되는 일
삶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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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예순이 되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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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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