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생활 30p
우리말 속에는 어떤 문화가 숨쉬고 있는가
말 자체가 문화이지만, 말에는 그 사회의 문화와 역사적 흔적이 배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어를 통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정신사나 생활사가 드러나는 특정한 어휘들은 우리 문화의 양상을 말해 준다. 우리말에는 논, 밭, 논두렁, 이랑, 쟁기, 바리. 키 . 괭이. 쇠스랑 등과 같은 노사 관련 어휘들이 많은데, 이는 우리 사회가 농경 주심의 사회였고 오랫동안 농경 문화를 가꾸어 왔음을 말해 준다.
영어를 비롯한 서양어와 우리말을 비교해 볼때, 우리말에는 친족어가 상당히 발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어에는 형과 오빠, 또는 누나와 언니를 구분하는 단어가 없지만, 우리말에서는 이러한 단어들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한 올케, 시누이 , 고모, 시동생 , 도련님, 아주머니, 아주버니, 손자 등과 같은 어휘는 대가족주의 문화가 우리말에는 반영된 예이다.
충, 효, 인, 의, 효자 , 효녀 , 열녀, 군자, 호연지기 등의 어휘들이 낯익은 이유는 우리 사회가 유교 문화의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속담에서도 우리의 사고 방식이 드러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에서 우리는 어버이의 무조건적인 자식 사랑을 볼 수 있고.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에서는 양반의 체면을 중시하는 태도를 볼 수 있으며,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 에서는 생존 경쟁이 치열한 현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 따랑 농경 문화와 관련된 어휘도 많이 사라지고, 핵가족 시대가 됨에 따라 가족 관계의 어휘도 많은 것이 잘 쓰이지 않게 되었다. 반면에 인터넷, 프로그램, PC방, 모니터, 출력. 입력, 등과 같은 컴퓨터와 관련된 어휘나 카센터, 브레이크 , 차선, 고속 도로, 강변 도로 등과 같은 자동차와 관련된 어휘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우리 시대 문화의 한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