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말씀
세수는 남 보라고 씻는다냐 !.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것이 본래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얼마나 가겄냐 마는 날마다 새롭게 살겄다고 아침마다 낯도 씻고 멋진 옷도입고 그런것 아니냐 !. 안 그런다면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은 낯을 왜 맨날 씻겄냐 !. 고추 모종은 아카시아 핀 뒤에 심어야 되고, 배꽃 필때 한번은 추위가 더 있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장날이 세번 지나야 풋보리도 베어서 먹을 수 있었다.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하다 안하더냐.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이고, 처서 비는 사방천리에 천석을 까먹는다고 안 허냐 !. 나락이 피기 전에 비가 좀 와야 할텐디,... 들깨는 해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부러져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나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져서 잘 털린단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든 살펴 감서 해얀다. 까치가 집 짓는 나무는 베는 것이 아니다.
뭐든지 밉다가도 곱다가도 허제... 밉다고 다 없애면 세상에 뭐가 남겄냐 !. 낫이나 톱 들었다고 살아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대면 나무가 앙갚음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막심으로 땅을 찍어대면 땅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 것이다. 세상에 쓸데 없는 말은 있어도 쓸데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 것은 괭이자루, 갈라진 건 소 멍에, 벌어진 건 지게, 가는 것은 빗자루, 튼실한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놈이 있고 작은 놈이 있다. 야문 놈이나 무른 놈이나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람도 한 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 나가면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겄냐. 밥하는 놈 따로 있고, 묵는 놈도 따로 있듯이
말 잘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있고, 큰집 짓는 사람 다 따로있다.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때 앞소리 하는 사람도 다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라도 없어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겄냐 !.
살아보니 그닥시리 잘 난 놈도 못 난 놈도 없더라. 지나고 보니까 잘 배우나 못 배우나 별 다른 거 없더라. 사람이 살고 지난 자리는 사람마다 손 쓰고 마음내기 나름이지 배운 것과는 상관이 없더라. 거둬 감서 산 사람은 지난 자리도 따뜻하고, 모질게 거둬 들이기만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죽고 없어져도 까시가 돋니라. 어쩌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가면서 살아야제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보면 별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개라도 입은 한개니까 사람이 욕심 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손 두발 다 비었고, 말 못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은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게 제 각각 베풀면 베푼대로 받고 해치면 해친대로 받고 사니라. 그러니 사람한테야 굳이 말해서 뭐 하겄냐. 나는 이미 이리 살았지만 느그들은 어쩌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단이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 개가 더워도 털 없이 못 살고, 뱀이 춥다고 옷 입고는 못사는 법이다. 사람이 한 번 나면 아가는 두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 못하고 애기만 또 됐다. 인자 느그 아가들 타던 유모차에 손을 짚어야 걸어댕기니,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딨냐 !. 하다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도 익고 그러면 용기가 생기는 것이제. 다 들 그렇게 사는것이 인생 아니겄냐?.
욕심내지 말구, 남 욕하지 말구, 남의 탐하지말구, 콩한개라도 나눠먹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거라.
그것이 인생을 최고로 잘 사는것이여!.
= 옮겨온 글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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