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더위가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입니다. 풍물시장도 더위로 사람의 왕래가
뜸했습니다. 오후 5시면 아직 한창 장사를 하는 때인데, 상인들은 벌써
철시를 하고 있습니다.
운경행님덕에 저녁을 사명당의집에서 먹고는 을지로에 나갔습니다.
8시인데 아직 밖이 환합니다. 도로 한 쪽으로 차를 세우고 시간이 되길
기다리는데, 8시 10분쯤 되자 스마일 거사님이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걸어왔습니다. 지난 주에 보이지 않아 제영법사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못 왔다고 합니다. 시간이 가면서 관절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혹시 휠체어가 필요한지 묻자, 집이 없는 사람이라 휠체어가
도리어 불편하다고 하네요.
오늘은 을지로 거사님들이 대략 90여명이 오셨습니다. 떡과 바나나를 받을 때
여러 거사님들이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목소리를 들으니 거사님들이 새삼
가까이 느껴집니다. 대부분 익숙한 얼굴이지만, 만나는 시간이 워낙 짧아
서로 말을 나누기 어렵습니다.
바나나 300개, 백설기 250개,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오늘 바나나는 잘 익어서 맛이 달콤했습니다. 운경행님은 낮에 거사님들이
받기 좋게 바나나를 세 개씩 포장했습니다.
제영법사는 오늘부터 시원한 둥굴레차를 준비했습니다. 벽안님이 일전에
보시한 작은 스테인레스 밥통 두 개에 둥굴레차를 넣어 얼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둥굴레차를 그냥 물로 만든 얼음으로 얼리는 것보다 둥굴레차 얼음으로
얼리니 더 위생적이고, 맛도 희석되지 않아 일거양득입니다. 시원한 둥굴레차는
거사님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았습니다.
오늘은 보리 호원순님, 운경행님, 그리고 거사봉사대의 해룡님, 병순님 그리고
종문님이 보살행을 해주셨습니다. 따비를 회향하면서 봉사자들은 둥굴게 모여
합장했습니다. 함께 따비를 했다는 기쁨이 서로의 마음에 잔잔하게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찾아와 거들어 주는 거사봉사대님들이 고맙습니다.
유마경에는 '보살이란 남이 부르지 않아도 찾아와 편하게 해주는 사람
(衆不請 友而安之)'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해를 함께 해왔으면서도 묵묵히
봉사하며, 우리에게 작은 부담도 남기지 않으니, 이분들이 참으로 보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