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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문학사상> 제56회 신인문학상
파랑도에 빠지다 외 4편 / 심인숙
달의 角 / 심인숙
가시덤불에서 홀로 시름만 뜯고 있었을 것이다
너도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었구나
엘리베이터는 喪中입니다 / 심인숙
아침이면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605호 여자가 진한 남자 냄새를 풍기며 들어옵니다. 501호 여자는 화요일에 만나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 쇼핑을 갑니다. 203호 할머니에겐 모자를 눌러쓴 장정들이 가끔 찾아와 그 때마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곤 합니다. 302호 할아버지는 자주 혈압이 올라갑니다. 자식 자랑도 줄고 광대뼈가 부쩍 튀어나왔습니다. 나는 그들의 비밀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쑥덕쑥덕 하루가 그림자에 껴 있습니다.
지지난밤. 쿵쾅거리는 119구조대원 발자국에 선잠 깨었습니다. 둘둘 말린 모포는 말이 없고 구급차는 급히 원룸을 빠져나갔습니다. 어쩐지 요즘, 302호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비원과 청소부 아줌마만이 쉬쉬, 다가와 한숨 섞인 소독약을 뿌려댔습니다. 매캐한 냄새에 눈이 아파옵니다. 할아버지의 구부정한 허리가 눈앞을 서성거리다 사라집니다.
오늘은 喪中입니다. 옆집은 동당거리며 서너 계단씩 뛰어다니는데 점검 중 간판을 내걸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조등만 환히 밝히고 있습니다.
2006년 <문학사상> 제56회 신인문학상 파랑도에 빠지다 외 4편 / 심인숙 가시덤불에서 홀로 시름만 뜯고 있었을 것이다 너도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었구나 엘리베이터는 喪中입니다 / 심인숙 아침이면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605호 여자가 진한 남자 냄새를 풍기며 들어옵니다. 501호 여자는 화요일에 만나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 쇼핑을 갑니다. 203호 할머니에겐 모자를 눌러쓴 장정들이 가끔 찾아와 그 때마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곤 합니다. 302호 할아버지는 자주 혈압이 올라갑니다. 자식 자랑도 줄고 광대뼈가 부쩍 튀어나왔습니다. 나는 그들의 비밀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쑥덕쑥덕 하루가 그림자에 껴 있습니다. 지지난밤. 쿵쾅거리는 119구조대원 발자국에 선잠 깨었습니다. 둘둘 말린 모포는 말이 없고 구급차는 급히 원룸을 빠져나갔습니다. 어쩐지 요즘, 302호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비원과 청소부 아줌마만이 쉬쉬, 다가와 한숨 섞인 소독약을 뿌려댔습니다. 매캐한 냄새에 눈이 아파옵니다. 할아버지의 구부정한 허리가 눈앞을 서성거리다 사라집니다. 오늘은 喪中입니다. 옆집은 동당거리며 서너 계단씩 뛰어다니는데 점검 중 간판을 내걸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조등만 환히 밝히고 있습니다. 달과 노래하는 중이에요 / 심인숙 초저녁달이 도르래를 내리고 있어요 공놀이 / 심인숙
2006년 <문학사상> 제56회 신인문학상 파랑도에 빠지다 외 4편 / 심인숙 가시덤불에서 홀로 시름만 뜯고 있었을 것이다 너도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었구나 엘리베이터는 喪中입니다 / 심인숙 아침이면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605호 여자가 진한 남자 냄새를 풍기며 들어옵니다. 501호 여자는 화요일에 만나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 쇼핑을 갑니다. 203호 할머니에겐 모자를 눌러쓴 장정들이 가끔 찾아와 그 때마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곤 합니다. 302호 할아버지는 자주 혈압이 올라갑니다. 자식 자랑도 줄고 광대뼈가 부쩍 튀어나왔습니다. 나는 그들의 비밀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쑥덕쑥덕 하루가 그림자에 껴 있습니다. 지지난밤. 쿵쾅거리는 119구조대원 발자국에 선잠 깨었습니다. 둘둘 말린 모포는 말이 없고 구급차는 급히 원룸을 빠져나갔습니다. 어쩐지 요즘, 302호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비원과 청소부 아줌마만이 쉬쉬, 다가와 한숨 섞인 소독약을 뿌려댔습니다. 매캐한 냄새에 눈이 아파옵니다. 할아버지의 구부정한 허리가 눈앞을 서성거리다 사라집니다. 오늘은 喪中입니다. 옆집은 동당거리며 서너 계단씩 뛰어다니는데 점검 중 간판을 내걸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조등만 환히 밝히고 있습니다. 달과 노래하는 중이에요 / 심인숙 초저녁달이 도르래를 내리고 있어요 공놀이 / 심인숙 구체적 묘사와 소재의 특이성 새로운 시인을 뽑는 일은 새로 떠오르는 눈부신 별 하나를 기다리는 일만큼 가슴 뛰는 일이다. 많은 응모자들 중에 숨어 있을 빼어난 시인을 기다리며 떨리는 손으로 심사에 임했다. 먼저 예심을 통과하여 최종 심사에 넘겨진 마흔네 분의 작품 400여 편을 면밀히 읽었다. 이미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이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시적 긴장이 넘치고 진정성이 돋보였다. 우선 시에서 제일 눈에 거슬리는 언어의 클리쉐(Cliche)가 별로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류적 경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작품들이 여전히 눈에 뜨였다. 마지막까지 손에 남은 11편을 들고 최종논의를 한 결과 심인숙 씨의 <파랑도에 빠지다>와 김지윤 씨의 <수인반점의 왕선생>을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심인숙 씨의 <파랑도에 빠지다>는 우선 경쾌한 리듬과 구체적인 묘사가 신선한 이미지와 활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김지윤 씨의 <수인반점의 왕선생>은 습작의 내공이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솜씨였다. 사물을 따스하게 포착하는 시선과 소재의 특이성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내보이고 있었다. 이외에 심사위원의 손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이 안승 씨의 <밤 눈>외, 조혜정 씨의 <동물사전>외, 심은섭 씨의 <겨울 도마뱀>외, 김정욱 씨의 <물고기좌 이선생>외, 김선미 씨의 <외딴집>외, 최운정 씨의 <동백>외, 김해선 씨의 <더위먹은>외, 김선 씨의 <종이 인형>외 등이었다. 모두가 곧 새로운 별로 떠오를 시간이 임박해왔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을만큼 수준작들이었다. 심인숙, 김지윤 두 당선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문운이 내내 왕성하기를 기원한다. * 심사위원: 문정희(시인/동국대 교수) 권영민(본지주간/문학평론가) 심인숙 시인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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