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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이름은 '베스트셀러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그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개미>는 물론이며 독자들이 꾸민 후속 작품(<나무2>)이 등장했던 <나무> 또한 롱런을 기록했다. 그 외에 <뇌>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며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명성을 떨치는 데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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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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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열린책들 | 그렇다면 이번에 찾아온 신작 <인간>은 어떨까? 작가의 명성 때문인지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한 <인간>은 독자들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서 얻고자 했던 재미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독자들이 작가에 기대한 재미는 우선 상상력이다. '상상력의 끝을 파악할 수 없다'는 평을 받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기존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번뜩이는 재치가 어우러진 기발한 상상력을 보려줬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일단 글쓰는 스타일부터 '희극'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주 어느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힌 남자와 여자. 이들은 자신들이 왜 이곳에 갇혔는지 모른 채 빠져나갈 방법과 살아갈 방법을 궁리한다. 복잡하기로 소문난 인간 둘이 생면부지로 만나 이야기를 시작하니 그 대화는 종잡을 수가 없다. 과학자인 남자(라울)와 서커스단의 여자(사만타)는 살아오면서 터득한 체험과 지식으로 이 난관을 타파해보려고 하지만 어떤 곳도 이들을 구제하지는 못한다.
이때 유리감옥에서 영상이 보인다. 그 영상은 지구의 마지막 날을 녹화한 것이다. 바로 핵무기로 인해 멸망한 지구의 모습이 보이고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 종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자신의 명분을 위해 인류 전체를 희생시킬 각오가 되어 있다고 공언합니다. 그가 최후통첩으로 못박은 기한은 10초 후면 만료됩니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멸망할지도 모르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 증권 거래소의 영상. 주식 중개인들이 일제히 팔자 주문을 내는 모습이 화면에 펼쳐진다. 바로 그 순간 새로운 영상이 나타난다.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의 기호들이 아래쪽에 자막으로 들어가 있다. 지구가 폭발하는 광경이 느린 동작 화면으로 전개된다. 대륙의 파편들이 천천히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 건물의 벽들과 자동차들, 망연자실한 사람들이 별들 사이의 허공에서 떠돈다."
- <인간> 중에서
기존에 소개됐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하나의 주제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이다. 작가는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끊임없이 탐구해왔는데 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탐구 끝에 내려진 작가의식의 결정체로도 볼 수 있다.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상상력보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자신들의 상황을 파악한 남자와 여자가 또 다른 아담과 이브가 되어 인간 종족을 유지시킬 것인가를 두고 토론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들은 서로가 검사, 변호사, 판사, 증인의 입장이 되어 토론을 벌이는데 이 토론 장면은 기존의 작가 작품에서 드러났던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총동원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인간>은 이번에도 롱런을 기록할 수 있을까?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그리고 작품으로 볼 때 <인간> 역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한한 상상력의 작가라는 평가에 가려진 인간 존재에 대한 끈질긴 탐구의식도 이번에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아담과 이브가 등장하여 인간을 재판한다는 소설 같은 희곡 <인간>.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을 사로잡는 기발한 상상력은 물론이고 인간을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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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원제 Nos Amis les Humains)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04-11-23 / 160쪽/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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