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세계 경제체제의 흐름의 조망하면서, 더 이상의 경쟁적인 체제가 없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진단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현실 사회주의가 사라지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구 사회주의권 국가 역시 새로운 자본주의로 편입될 수밖에 없는 조건 등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의 경쟁 체제가 존재하지 않는 자본주의의 특징과 미래에 대한 진단이 결부되어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노선을 밟아온 미국을 예로 들어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라 명명하고, 현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적인 경로로 수정한 중국의 경우를 '국가자본주의'라고 칭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진화한다’라는 제목의 1부에서 저자는 자본주의가 ‘지구 유일한 사회경제 체제’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부상과 세계 패권의 재편’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와 불평등’의 문제를 2부에서 짚어보고, 3부에서는 ‘국가자본주의의 부상’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사례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비록 서로 다른 체제에서 출발했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공히 사회의 불평등은 심화되어 가고, 그 불평등을 완화시키려는 방안이 바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사례에서 두드러진 현상이 바로 자본가 혹은 관료들의 부패라는 것, 다만 그것이 과거에는 공공연하게 통용되었지만 보다 투명해지면서 점차 범죄시되고 있어 과거보다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 한국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부패상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중국의 경제를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성공을 거두리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정책이 일정 부분 중국에 타격을 줄 수는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미국 경제도 어쩌면 그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세계화와 글로벌 자본주의가 지닌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성격으로 인해,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예견된다. 1990년대의 냉전이 종식된 이후 더 이상 고전적 의미의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이후 자본의 욕망이 차고 넘치는 현상 속에서 '피스톨(강도) 자본주의'나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냉소적인 용어도 등장했다고 한다. 거대한 자본의 탐욕으로 인해서 소수의 집단에게 자본의 집중이 심화되는 현상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80/20'으로 분류되던 자본의 집중은 최근에는 '90/10' 혹은 '99/1'로 치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아울러 이에 맞서는 '미국식 자유자본주의'의 체제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최근 트럼프의 적대적인 대중국 정책으로 인해 미중간의 갈들이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전망도 한치 앞으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저자는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공존이 아닌 대결로 치닫는 순간 미국과 중국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예상이다. 이제 경제체제는 더 이상 한 나라의 경계에 그치지 않고, 지구 전역으로 영향을 끼치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4부에서 ‘세계화, 얻는 자와 잃는 자’라는 제목으로 그 영향력을 진단하면서, 경제가 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글로벌 가치 사슬’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서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예견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세계화'로 상징되는 자본의 넘나듦 속에서 '글로벌 자본주의'의 미래는 더이상 장미빛은 아닐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역사와 흐름을 통해 다양한 현실을 조망하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본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자본주의 하에서의 불평등을 줄일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 하겠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