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먹어가면서 간혹 집에서 ‘혼술’을 할 때가 있다. 밖에서 지인들과 어울려 마시는 술도 좋지만, 집에서는 아내와 함께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의 컨디션에 따라 부득이 혼자 마셔야 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TV나 영화를 보면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는 것도 익숙해졌다. 술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시는 편이지만, 나는 안주를 보고 주종을 결정한다. 예컨대 치즈나 과일에는 맥주, 찌개나 고기에는 소주나 백주, 그리고 전이나 홍어에는 막걸리 등등. 과일주를 담그는 취미가 있기에 담금주나 맥주는 집에 항상 구비를 해 놓고 있다. 다만 막걸리는 필요한 경우 집앞에 있는 마트에서 바로 구입해서 마시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주에 따라 주종을 연결시키는 저자를 보면서 나의 음주 생활에 대해서 떠올려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로, 주로 음식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우선 저자가 소개하는 술과 안주는 모두 일본의 것이라, 몇몇을 제외하고는 내용을 읽으면서도 쉽게 머리에 떠오르지가 않았다. 안주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을 만들기도 하고, 각종 일본 음식들과 함께 그것을 즐기는 방법을 상세히 적어 놓았다. 내 경우에는 술 그 자체를 좋아하고 칵테일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더더욱 내용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의 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모두 3부로 구성된 내용 중 1부는 ‘고독하게 마시기’라는 제목으로, 모두 21개의 글이 소개되어 있다. 술집과 집을 배경으로 혼자서 술을 마실 때, 안주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주법을 서술하고 있었다. 아마도 저자는 혼자서 술을 즐기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칵테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주로 칵테일을 소개하면서 그에 걸맞은 안주도 대부분 일본 음식 일색이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아마도 어느 잡지에 연재된 듯한데, 분량을 채우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그대로 내용에 드러나고 있었다.
2부는 ‘오늘 밤도 혼자, 술집에서’라는 제목으로, 모두 6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은 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기보다는, 주로 저자가 술집에서 마주치는 풍경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 누군가와 야구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나누는 손님이라든가 새벽의 술집에서 마주친 다양한 주당들의 모습, 그리고 좋아하는 술집에 출근하듯이 찾는 사람들 이야기가 담겨있다.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은 글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3부 ‘마무리는 이걸로!’에서는 모두 14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술자리를 마무리하면서 먹는 다양한 음식과 음료들이나 다음날 숙취를 깨기 위해 먹는 것들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일생의 마무리’라는 글에서는 죽기 전에 꼭 먹고 싶은 것을 떠올리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 봤지만, 저자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음식들이 떠오르면서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소개하는 음주 방식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단지 애주가로서 술과 안주를 연결시켜 생각하는 그런 면모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