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현재 일본의 상황은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의 모습으로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단카이 세대(團塊世代)'라는 표현은 그로부터 약 10여 년 후인 한국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비견되고, 최근의 저출산율이 지속되는 한국적 상황을 이미 일본에서도 과거에 겪었던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핵가족 문화가 일반화된 일본에서 이른바 '단카이 세대'의 부모를 둔 장년층의 경험을 근거로 해서, 부모님의 노년 혹은 돌아가신 후의 집정리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모두 15명의 사례를 제시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자녀들이 노년에 접어든 부모나 혹은 그들의 사후에 집을 정리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사례로 거론되는 부모의 연령층은 대체로 80대나 90이고, 그들의 집을 정리해야하는 자식들은 50대 혹은 60대들이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부모들 세대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했기에 무엇이든 아끼면서 보관하는 습관을 지녔기에, 부모들이 남긴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쏟아지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엄청난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겪는 실질적인 문제와 고민거리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제시하고 있다.
'부모님과 마주하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부제는 아마도 부모님이 평생 소중하게 간직했던 물건들을 대하는 자식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부모님에게 소중했던 것이 자식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지만, 그와 정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남기신 물건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때로는 자식들은 이미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자신과 관련된 물건이 발견되기도 하고, 아까워서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던 물건들이 대거 발견되기도 한다. 어떤 물건들은 자식들에게도 소중한 것들이라 갈무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당장 필요가 없어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을 떠올려보기도 하였다. 다른 물건에 대해서는 그리 욕심이 많지 않지만, 책을 모으고 아끼는 것이 유일한 나의 단점일 것이다. 서가에 잔뜩 쌓인 책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물건이지만, 과연 자식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작정 보관하기보다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차츰 모색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 책은 일본의 노년 세대가 겪는 문제이지만, 곰곰이 따져본다면 언젠가 우리에게도 닥칠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부모님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가진 물건들의 의미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이해될까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