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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교 수업에서 시험을 치르기 위한 역사 공부는 주로 주요 사건과 연대들을 기억하고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역사적 사건이 품고 있는 ‘맥락’을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서 역사의 진실에 보다 가깝게 접근하는 자세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맥락을 생각하는 한국사’를 표방한 이 책의 체제는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저자는 학교 현장에서한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외울 것투성이’로서의 역사 공부가 아닌, ‘역사의 흐름과 맥락’을 짚어주는 방식으로 체제를 구성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한국사를 꿰뚫는 몇 가지 핵심 문제’를 제시하고, 그러한 주제들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와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역사는 ‘정답 찾기에 몰두하기보다는 여러 주장과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유라고 하겠다. 이 책은 고대사로부터 20세기 말의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한국사를 대상으로 서술되어 있다. 모두 6개의 항목으로 구분한 시대사를 제시하고, 각각의 시대에 걸맞은 주요한 역사적 사실이나 주제들에 대해 사전식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우리 역사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모두 5개의 주제를 통해서, ‘선사 시대에서 고조선과 여러 나라의 등장으로’ 가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한반도 최초의 인류의 모습들에 대해서 남아있는 유적들을 통해서 추론하고, 단군신화와 한반도의 당대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다.
2부에서는 ‘고대 국가들의 다양한 모습’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모두 18개의 항목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그리고 발해를 찾아서’ 역사의 전개 과정을 살피고 있다. 광대한 영토를 지녔던 고구려가 아닌 남쪽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불교의 전래와 고려 건국 이전 후삼국 시대를 열었던 인물들을 조망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중세 고려의 시대’라는 제목의 3부에서는 20개의 주제를 통해서 ‘고려 475년의 모습을 찾아서’ 상세하게 추적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문신 귀족들의 횡포에 대항해서 무신난이 발생하고, 몽고의 침입으로 새롭게 받아들인 다양한 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4부에서는 ‘유교적 이상 국가를 향한 발걸음’이란 제목으로 ‘조선 518년의 역사를 찾아서’, 29개의 주제에 걸쳐 조선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조선시대의 문화와 제도는 지금 우리의 삶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에, 조선시대의 역사를 통해서 계승하거나 혹은 극복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헤아리는 것은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잘 알아야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만 한다고 하겠다.
5부에서는 근대로 가는 길목이라고 여겨지는 ‘개항과 개화, 대한제국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다룬 내용들이 모두 모두 18개의 항목으로 ‘근대를 향한 움직임’이라는 제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특히 ‘삼정의 문란’으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의 혼란상이 다양한 ‘농민혁명’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외세를 동원해서 끝내 식민지의 길로 접어든 당시 정치인들의 무능한 모습이 아프도록 각인되어 있다. 일제강점기동안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서 친일의 길을 걸었던 이들이 해방 이후에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채,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를 잡았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가 지금 일본 우익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신친일파’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 6부에서는 ‘광복 이후 현대사’라는 제목으로 모두 16개의 주제를 통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그리고 통일을 향한 몸짓’을 서술하고 있다. 실상 이러한 방대한 역사를 단 한권의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하겠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사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서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관하여 역사의 전후 맥락을 따져 역사의 흐름과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체제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역사적 맥락을 머릿속에 정리한 이후에, 다른 역사서를 통해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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