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8-20 동아 담소실 newleaf 님글
한 테이블에 앉은 가족들의 시선은 서로에게서 외면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대상이 되지 않은 이 가정은 더 이상 쉼터가 되지 못하고
소통이 단절된채 외로운 삶이지만 질서를 유지하며 사느라고 지쳐간다.
주인공 사사키 류헤이의 가족 4명은 서로 서로 비밀로 담을 쌓고서...
넘쳐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가구들이 잘 정돈된 깔끔한 집안이 비칠때마다
왠지 숨막히는 정돈된 질서가 느껴지고
깔끔한 영상 조차도 내게는 마치 공포 영화처럼 숨막히는 초조함을 주었으니
감독의 탁월함이라고 감히 말해도 될까?
중국의 싼 노동비로 규모가 상당한 의료기구 회사의 간부로 있던 주인공 류헤이가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기 까지는
일본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을게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가장의 명분으로 무엇보다 일이 중요하게 된 가장,
책임감에 충실했음을 자부할수 있는 가장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또한 남편과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아내 또한 전업 주부로서
자신의 진정한 행복은 돌아볼 틈 없이 아버지와 방황하는 두 아들들간의
다리 역할까지 열심히 하는 그러면서도 외로워하는...
그러나 그 아내의 일탈이 이 가족 중에서 가장 파격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사무직 간부가 얻을 일자리는 쉽지가 않아
결국은 최대한 자신을 낮추어 쇼핑 센타의 청소부로 일을 시작하는데
우연히 마주친 아내로 층격을 받은 그는 지나가는 차에 치여서
죽기를 시도 하기도 한다.
일자리를 잃고 회사에 가는 것 처럼 꾸미고 헤메이다 우연히 만난 또 다른 실업자 학교 동창...
그 친구는 가족이 눈치챌까봐 계속 회사에 다니는 척 하는 치열한 작전을 보며
존경심마저 생겼었다.
결국 그 학교 동창이 아내와 함께 동반자살을 할때까지..
두 시간 가까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다.
공포 영화 감독으로 유명해진 그 답게 폭력이나 공포스런 장면 없이도
그 장르에서 풍기는 맛이 은근히 목을 조여오는 느낌이 든다.
가족간의 삭막함이, 단절이, 또한 가장의 체면 유지를 위한 비밀스럽고 고통스런 절망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영화를 보는 내내 고통스럽고 우울하기 까지 하다.
바로 내 가정이었을수도 있고 바로 이웃에서 일어날수도 있는
전혀 영화 같지 않은 영화여서 더욱...
경제를 책임지느라고 뒷전으로 밀려왔던 중요한 것들이 결국은 아주 비 경제적인
음악을 통해서 희망의 멧세지를 던지는 마지막 장면이
마치 은근한 향을 풍기는 난과 같아 겨우 마음을 쓸어내리게 된다.
가엾은 가장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고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다^&^
가엾지 않은 가장들도 많겠지만...
<출처 : you tube>
사사키 류헤이:"나도 다시 시작할수 있을까?
사사키 메구미: 누가 나 좀 일으켜 줄래요?
2009년 제 3회 아시아 필름 어워드 최고 각본상
2009년 제 3회 아시아 필름 어워드 최우수 작품상
2008년 제 61회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상(주목할만한 시선)
첫댓글 군중속에 외로움이 아니라
가정이 쉼터의 역할을 못하는
가족간에 외로움인가 봅니다.
일본영화가 10여년전 만해도
각종 상을 많이 받았나 봅니다.
지금은 한류가 대세라 그런지
힌국영화가 각종상을 받는시대인가 봐요.
오늘 저녁식사후에 청이님께서
소개하신 일본영화 유튜브로 찾아 볼게요.
일본인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산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이 그외롬을
조금은 부드럽게 해주는 것은 아닌지요?
저녁준비 하기전 잠깐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 하면서 찾아 봤는데,
마음에 공감이 가는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있다고 들었어요.
부부간에 또 부모와 자녀간에 친밀하고 서로를 존경하는 가정은
외벌이 가장이 직장을 잃어도 가정이 무너지지 않고,
가족들의 격려에 힘입어 전보다 훨씬 급여가 적은 곳에 재취업해
적은 돈으로 작은 행복을 만들며 살아갈수 있는데,
도쿄 소나타의 사사키 류헤이 가정처럼 대화가 단절된 가정은
풍파를 넘고 헤처가기가 쉽지 않을듯.
전 제가 살림을 잘 못해서 좀 어수선한 편인데, 이렇게 편하게 살아서 그런지
지나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집은 사람을 조심하게 만들고 사람의 정이 좀 덜한것 같더군요.
규모가 상당한 의료기계 회사 간부에서 쇼핑센타 청소부가 된 사사키 류헤이,
어떤 심정일런지? 한국이 또다시 경제 위기를 겪을수도 있다니 걱정이네요.
외국계 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어중간한 나이에 명퇴당해 재취업을 못하자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재 친구 남편이 생각나네요.
어려울때 가장 필요한것은 가족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위해 주는 사랑인듯.
앞으로 점점 저런 가족이 많아질거 같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네요.
가엾은 가장들이란 표현이 정말...와닿습니다.
엄마가 "돈벌어오는 남편한테 잘해야 한다" 라고 했는데^^
청이님
우연히 담소실이 생각나 들어왔더니 글읽기가 공개되어 읽다가 오래전 제 글이 올라와 읽으면서 반가워서 다시 가입했어요.
게을러서 제 포스팅 전혀 남기질 못했는데 청이님이 남겨서 옛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2011 년도에 이랬었구나 하며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제가 이 글을 동아일보 담소실에서 카피해 왔어요
글이 좋아서요...
newleaf님한테 여쭈어 보고 올렸어야 했는데...
연락할 길도 없고 해서..
염치불구하고 그냥 올렸습니다.
저는 오히려 감사드려요
저는 제 글을 간수를 못해서 한개도 없거든요
옛날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답니다. 지금도 혹시 카피가 가능하신지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