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평화의 하느님!
이 아름다운 계절에 주님을 찬미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예배에 저희를 불러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나라 안팎으로 전쟁과 홍수로, 방사능 오염수로 우리는 일상의 은혜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주님의 전에 모인 우리의 맞잡은 손길과 웃음 속에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강같이 흐르길 소원합니다.
37년 전 하느님을 사랑하는 홍정수 목사님께서 심은 동녘이라는 나무가 어려웠던 시절 고난을 이겨가며 하루하루 살아 낸 37년의 시간이 흘러 찬연히 살아 숨 쉬는 유산이 되었습니다. 산책길에 가을빛에 잘 여문 씨앗과 열매들이 지천으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떨어진 한 톨의 씨앗에 백 그루의 나무가 숨어있다는 얘기가 마음속에서 잔잔한 감동으로 살아 퍼득거립니다. 홍목사님께서 우리 맘속에 심으셨던 동녘! 튼실하게 자라나 그늘도 만들고 열매도 맺고 새들도 쉬게 하는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이 시간 마음을 모아 기도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동녘의 공동체 안에 깊게 내려 어떤 두려움과 당혹스런 상황이 와도, 열린 마음과 성찰하는 신앙으로, 행동하는 사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기를 기도합니다. 살다 보면 어렵고 힘든 일도 겪고 죽을 만큼 고독하고 외로울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동녘에 스며들어 위로하고 보듬는 손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살아 온 날들이 동녘 안에서 행복하고 재밌었던 것처럼,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동녘 안에서 소중한 추억이 되게 하옵소서.
언론에서 전해오는 물과 식량이 끊긴 가자지구에서는 전쟁이 아닌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 100명과 투석환자 1100명의 생명이 위협받고, 약 25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전쟁인지 저들도 모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보기 힘든 잔혹하고 비극적인 상황입니다.
하느님! 이 가자지구에 평화의 씨앗들을 뿌려 주십시오. 전쟁을 지시하는 사람들의 눈을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고 힘들어하는 시민들에게로 돌려 주십시오.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게 하셔서 휴전의 깃발을 흔드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동녘교회의 몸과 마음이 아픈 형제들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순진한 발걸음들를 위해 서로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이웃사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주님! 당신의 자비가, 당신의 사랑이, 지구촌 곳곳에서 피어나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당신의 품을 내어주시길 우리 주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