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에 따라 도시로 대 이동한 또 하나의 현상에 주목할 때가 되었다. 지금 농촌에는 70대 이상의 고령자뿐이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 살아본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현상이 있다. 농촌생활을 해보지 않은 도시인에게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토종동물의 멸종이다.
필자가 2000년 초 동네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척박한 농지를 구입하고 집을 짓고 입주할 때 주변엔 뱀이 우글대고 개구리가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았다. 밤이 되면 소쩍새와 부엉이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지만 지금 모두 사라졌다.
필자의 농장자리는 척박하고 조악한 다락논과 자투리밭이었다. 땅을 사겠다하니 자기땅 먼저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곳에 작은 집을 짓고 포크레인으로 경지정리하였다. 마사 수백치를 받아 옥토로 바꾸는데 7년여 걸렸다.
당시 주변에는 뜸북이가 있었고, 매, 독수리, 부엉이, 소쩍새, 꾀꼬리 종달새들이 날아들었다. 논밭엔 개구리, 뱀, 도마뱀이 득실거렸다.
밤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냇물에는 1급수에서만 사는 가재, 민물장어가 돌아다녔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남아있는 것은 까치와 까마귀, 비둘기 뿐이다.
논밭에 가득했던 파충류가 모두 사라졌고 땅 속에 우글대던 지렁이도 없어졌다. 토종새와 토종파충류, 토종곤충은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가끔 날아드는 철새가 그나마 눈요기거리가 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과다한 농약 살포라고 생각된다. 콩밭매던 아낙네들 모습은 옛이야기가 됐고 밭 갈고 꼴 베던 농부들은 볼 수 없다. 농사는 농기계로 대체됐고 토종 동물과 파충류, 곤충들은 멸종됐다.
눈내린 양지바른 논밭에 꿩 떼가 내려와 붉게 물들였던 풍경도 지금은 볼수 없다. 산토끼가 사라진지 70년이 넘었고 호랑이가 사라진 것은 150년이 지났다. 산에 우글대던 동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멧돼지와 고라니, 노루 정도만 남아있을 뿐이다.
생태계의 변화로 토종동물이 단계적으로 멸종되고 있다. 파충류, 곤충의 멸종도 뒤이어 나타났다. 농촌을 모르는 젊은이들에겐 전혀 모르는 풍경일 뿐이다.
환경의 변화와 동물, 곤충의 멸종도 현대인들에게는 와닿지 않겠지만 곧 토종동물의 복원과 각종 파충류와 곤충의 복원 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늦지 않도록 정부와 학계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