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부 - 박두진,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이번에 다룰 설악부에서는 '설악'이라는 공간을 통해
화자가 바라는 이상세계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있는 공간은 현재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화자는 어떠한 세계를 바라는지에 중점을 두어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1
부여안은 치맛자락, 하얀 눈바람이 흩날린다. 골이고 봉우리고 모두 눈에 하얗게 뒤덮였다. 사뭇 무릎까지 빠진다. 나는 예가 어디 저 북극이나 남극 그런 데로도 생각하며 걷는다.
파랗게 하늘이 얼었다. 하늘에 나는 후 ― 입김을 뿜어본다. 스러지며 올라간다. 고요―하다. 너무 고요하여 외롭게 나는 태고(太古)! 태고에 놓여 있다.
2.
왜 이렇게 자꾸 나는 산만 찾아 나서는 겔가? ― 내 영원한 어머니……. 내가 죽으면 백골이 이런 양지짝에 묻힌다. 외롭게 묻어라.
꽃이 피는 때, 내 푸른 무덤엔, 한 포기 하늘빛 도라지 꽃이 피고, 거기 하나 하얀 산나비가 날러라. 한 마리 멧새도 와 울어라. 달밤엔 두견! 두견도 와 울어라.
언제 새로 다른 태양, 다른 태양이 솟는 날 아침에, 내가 다시 무덤에서 부활할 것도 믿어 본다.
3.
나는 눈을 감어 본다. 순간 번뜩 영원이 어린다…… 인간들! 지금 이 땅 위에서 서로 아우성치는 수많은 인간들이, 그래도 멸하지 않고 오래 오래 세대를 이어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
우리 족속도 이어 자꾸 나며 죽으며 멸하지 않고, 오래오래 이 땅에서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
언제 이런 설악까지 왼통 꽃동산 꽃동산이 되어, 우리가 모두 서로 노래치며, 날뛰며, 진정 하로 화창하게 살아볼 날이, 그립다. 그립다.
-박두진, 「설악부」
이 작품은 '설악'을 소재로 하여 이상 세계를 열망하는 시인의 정신세계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처음 화자가 처한 상황은 겨울 그 자체입니다.
눈바람이 흩날이고 눈으로 뒤덮이고 무릎까지 빠지는 추운 겨울.
이는 현실이 그만큼 부정적임을 나타냅니다.
그런 겨울 한없이 고요하여 외로워보이는 공간이지만 화자는 산을 찾습니다.
산 즉, 설악은 순환적 질서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영원하고 신성한 모성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시가 쓰인 시대적 상황과 연관시켜보면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토는 부정적 상황에 있지만 우리민족은
우리 땅을 떠날 수 없고 이 땅에서 희망을 이어가야한다는 생각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순환적 질서는 자연의 순환과 연관되어 화자가 원하는 이상세계가 올 것의 당위성을 나타내는 데도 쓰이는데요.
우리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처럼,
이 시 속에서 화자도 겨울(현재의 시련)이 가고 꽃피는 시절인 봄이 오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바램이 당연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죠.
(다시 한번 시대적 상황과 연관시키면 이는 광복이 당연히 올 것이라는 시인의 믿음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화자는 이러한 순환적 질서를 통해 죽음의 절망에서 벗어나 세대가 항구적으로 이어지게 될 미래를 그리면서
새로운 이상 세계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를 일제 강점기 말기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해석하면 민족적 수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 시는 자연에서 느끼는 긍정적 미래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반복과 영탄을 통한 화자의 감정의 강조, 말줄임표를 이용한 감정적 여운 형성,
상징적 시어의 사용, 색채의 대비 등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시와 소설 수능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