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에서는 승려가 오신채(五辛菜) 중 하나인 마늘을 먹는 것을 금한다. 이러한 규정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부처님 당시 언어인 빨리어로 된 계율에는 비구와 비구니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부처님 당시 승단에 한 농부가 밭에서 나는 마늘을 보시했다. 농부는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라고 했지만 비구니 스님이 마늘밭에 있는 마늘을 모조리 가져갔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농부가 수확할 마늘이 없으니 마늘을 먹지 말라고 하셨다.’
‘또 하루는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기 위해 법회를 열었다. 법회 한 쪽에서 입안에 마늘을 씹고 있는 비구 스님이 있었다. 그 마늘 향기에 대중들이 설법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부처님은 마늘을 먹지 말라고 하셨다.’
이 두 일화는 각기 보시받은 물품을 과도히 탐내지 말라는 가르침과 법을 나누는 자리에서는 대중들을 배려하라는 가르침이 담겨있다. 하지만 현재의 계율에는 비구와 비구니는 모두 마늘을 먹지 말라는 짧은 내용으로 전해진다.
부처님 당시의 상황을 오롯이 담은 빨리 율장이 최초로 완전 복원 번역됐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은 7월 7일 종로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빅쿠 비방가-율장 비구계>와 <빅쿠니 비방가-율장 비구니계> 등 2권의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부처님 당시 비구가 지켜야 할 계율 2백 27가지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3백 11가지를 한글로 번역돼 담겼다. 전재성 회장은 지난 2014년 빨리 율장 1권 <마하박가-율장대품>과 2권 <쭐라박가-율장소품>을 펴낸데 이어 1년간의 작업으로 빨리 율장을 완역했다.
전 회장은 “빠알리 율장은 엄격성뿐 아니라 유연성도 갖추고 있어 불교 승단이 2천500년 넘게 유지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 |
전 회장에 따르면 계율에는 상황에 맞는 유연성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전염병이 돈 한 마을에는 아이들만이 남아 출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승려들이 수행과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이에 부처님은 15세 미만 아이는 출가를 금지하는 계율을 남겼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와함께 ‘까마귀를 쫒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예외 조항을 두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챙길 수 있는 아이들은 출가를 허락했다.
전 회장은 계율은 딱딱한 규칙이 아닌 상황에 맞춰 발전했다고 말한다. 처벌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수행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계율에서 초범인 경우 심각한 중대 범죄 등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죄로 처리하도록 했고, 스스로 죄를 크게 뉘우쳐도 무죄로 간주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전 회장은 “계율이야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전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는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빨리 율장은 인류 최고의 민주적 헌법이라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현대 불교계에서의 율법은 너무 어렵기에 사람들이 기피하고, 또 계율이 아닌 사회법에 기반한 종법 등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빨리 율장을 읽고 부처님의 참 가르침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