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029참사 1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가을 단풍보다도 곱고 아름다웠던 젊은이들이 너무도 일상적이었던 거리 한가운데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 어느새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밤낮수고를 아끼지 아니하며 분향소를 지키고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희생자 유가족과 연대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함께 하시어 보다 안전한 사회, 생명 중심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귀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를 구합니다.
우리가 함께 예배드리고 있는 이 시간에도 지구상 곳곳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심지어 누군가는 병원조차도 폭격이 되는 일상을 맞이합니다. 주님 어느 시인은 전쟁의 세상에 살아도 전쟁이 우리 안에 살지 않도록 하자고 고백합니다. 미소와 자비와 존중과 환대가 마침내 온 세상을 뒤엎어 총과 칼을 들고 전쟁하려는 자들이 민망한 세상이 되도록 주님의 자비를 구합니다.
주님 지난 주에 기도회를 하는데 어느 교우의 말이 자기 언니는 형부가 화가 났을 때 선한 일을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면 우체국 소포를 붙이러 가면 직원들에게 드릴 빵을 부탁하든지, 택배 직원이 오면 드링크를 선물하라고 하든지, 낯선 이를 향한 작은 환대는 일상을 감사와 보람으로 이끌고 그런 선한 기운이 화난 마음도 녹여주는 것 같습니다.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약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 교우들을 대하는 서로의 태도안에 선한 기운을 키우는 행동들이 보다 더 많이 자라나 서로의 굳은 마음을 녹여주고 상처를 치유회복하는 우리들의 일상이 되도록 주님의 자비를 구합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형형색색의 단풍잎들은 저마다 자기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내가 남이기를 강요당하기 싫듯이 남이 내맘같기를 구하지 않게 하시고 존재의 다양한 결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공존과 상생의 깊은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를 구합니다.
우리의 예배에 주님 뜻을 향한 거듭남이, 우리의 기도에 솔직하고 진솔한 고백이, 우리의 만남이 치유와 회복이, 우리의 식탁에 환대와 자비심이, 그리고 우리의 삶에 주님 나라를 향한 거룩한 발걸음이 늘 함께 하도록 우리 모두를 축복해 주옵소서. 하나님 나라의 주인된 삶으로 이끄시는 우리 주님이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