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내린 뒤라 날이 선선해졌습니다. 비가 와서 몸은 시원한데, 마음마저 서늘하게 해주는 말이 그립습니다. 선가(禪家)에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있습니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말이지요.
요사이 불교계에 회자되는 말을 보면, 염불해서 극락왕생하는 법문이나 현대인의 상처나 두려움을 치료하는 심리적 상담에 관한 글이 많습니다.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현대인의 다양한 고통을 제도하거나 치료하려는 노력입니다. 그러나 제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자꾸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곰곰이 그 까닭을 생각해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부처님의 법문이 메아리쳐 나오는데 밖으로 응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외침은 젊었을 때는 자주 듣던 법문입니다.
<보살은 가진 것, 아는 것, 쌓은 것 등 그 모든 공덕을 모두 일체중생을 위해 회향해야 한다.>
화엄경 보현보살행원품에 나오는 이 말은 지금 중장년 불자라면 누구나 젊었을 때 자주 접하던 보현보살의 법문입니다. 그러나 중생에게 모두 회향한다는 법문은, 오늘 날 성공이나 출세라는 목표 앞에서는 낯선 말이 되었습니다. 성공은 모두 자기가 노력한 댓가이거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힘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모두 자기나 집단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제는 일체중생에게 모두 회향하라는 부처님의 법문은 불교계 안에서도 점차 듣기도 어렵습니다. 제행무상이나 제법무아를 보살도로 승화한 대승불교의 가르침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다음 생을 위한 복짓기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오늘은 토마토 300개, 백설기 250개,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시원한 둥굴레차가 인기가 많아 병을 가져오는 거사님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오신 거사님들의 수는 100여명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고 해룡님, 병순님, 종문님 등 거사봉사대님들이 보살행을 해주셨습니다.
거사님들은 떡과 토마토를 받으며 눈을 마주 치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무뚝뚝하지만 감사의 인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종일 말 붙일 일이 없는 거사님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이 아주 작은 것임을 잘 알지만, 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현실에서 부처님의 가피를 느낍니다.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