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望賦
이규보(李奎報)
欣麗日之方酣하여 聊登高以游目하니
穀雨始晴兮여 濯濯樹容之新沐하고
遠水蕩漾하고 麴塵浮綠하고
鳩鳴拂羽하고 鶯集珍木이라
화창한 날씨 한창임을 기뻐하여 높은 데 올라 바라보니,
봄비가 비로소 개어 나무는 번들번들 멱감은 듯하고,
먼 강물이 늠실늠실하고 버들가지는 파릇파릇한데,
비둘기 울며 깃 떨치고, 꾀꼬리 珍木에 모여드네.
* 여일(麗日): 봄이나 가을의 화창(和暢)한 날.
* 방감(方酣): 바야흐로 한창임.
* 탁탁(濯濯): 번들번들.
* 탕양(蕩漾): 물결이 넘실거려 움직임.
* 국진(麴塵): 원래 글자대로 누룩에 생기는 담황색 티끌 같은 균(菌)으로 전(轉)하여, 담황색 옷[鞠衣]을 비유한다. 우교(牛矯)의 〈버들가지〉시(詩)에, “춤추는 치마는 새로 국진 나(羅)를 물들였네.”란 구절이 있다.
衆花敷兮 錦幛張인데
雜以靑林兮 一何斑駮가
草芊眠兮 碧滋에 牛布野兮 散牧이요
女執筐兮 採稚桑에 援柔枝兮 手如玉이로다
俚歌相和하니 何譜何曲가
온갖 꽃 피어서 비단 장막 펼쳐졌는데,
푸른 숲에 섞이니 아롱다롱하네.
풀은 우거져 짙푸른데, 소들이 벌판 가득 풀을 뜯고,
소녀들 바구니 들고 뽕을 따는데, 가지 당기는 손 玉 같네.
민요를 주고받으니, 무슨 타령, 무슨 곡인가?
* 이가(俚歌): 입으로 전(傳)하여 세상(世上)에 널리 불리는 속(俗)된 노래.
行者坐者去者復者ㅣ 感陽煕煕其氣可掬이라
欝予望之止玆면 何區區而齪齪가
有若丹禁日長하고 萬機多簡에
感韶光之駘蕩하여 時登覽乎飛觀이라
길 가는 이, 앉아있는 이, 가고 오는 이
봄날의 화락한 그 기운을 즐기네.
그러나 내 바라봄이 여기서 그친다면,
얼마가 구구하고 옹색할까?
만약, 궁중에 해가 길고, 萬機가 閑暇함에,
봄빛의 和暢함을 느껴 때로 높은 누에 올라본다.
* 희희(煕煕): ①화락한 모양. ②넓은 모양. ③왕래가 잦은 모양.
* 단금(丹禁): 붉은 칠한 곳으로 임금이 머무는 궁궐을 뜻한다.
* 만기(萬機): 임금의 여러 가지 國務.
* 소광(韶光): 春光.
* 태탕(駘蕩): ①넓고 큰 모양(模樣). ②(봄의 바람, 날씨 따위가) 화창(和暢)한 모양(模樣).
* 비관(飛觀): 높은 루.
羯鼓聲高에 紅杏齊綻한데
望神州之麗景에 宸歡洽兮 玉觴滿하니
此則春望之富貴也요
두두둥 갈고(羯皷) 소리 높음에 살구꽃이 모두 활짝 피는데,
장안의 화려한 경광을 바라보매
임금의 기쁨이 그지없어 옥잔에 술이 가득하니,
이는 봄을 바라봄의 부귀요.
* 갈고(羯皷): 唐 玄宗이 애용하던 서역에서 들어온 북.
彼王孫與公子ㅣ 結豪友以尋芳에
後乘載妓는 茜袂紅裳으로
隨所駐兮 鋪筵하고 吹瑤管兮 吸玉簧하며
望紅綠之如織하며 擡醉眼以倘佯하니
此則春望之奢華也요
저 왕손과 공자들이 호탕한 벗들과 봄놀이 함에,
뒷 수레에 실려 있던 기생들 아름다운 소매에 붉은 치마로
아무 데나 머물러 자리 깔고 피리 불며 생황 불며,
비단 같이 고운 경치 거나한 눈으로 바라보며 건들거리니,
이는 봄을 바라봄의 화사함이요.
有美婦人兮 守空閨하며 別宕子兮 千里에
恨音塵之迢遞하여 情搖搖其若水하여
望漆鷰之雙飛하며 倚雕櫳而流淚하니
此則春望之哀怨也요
고운 아낙네 빈방 지키며 탕자 낭군 천 리 밖에 이별한 뒤에
소식 까마득함을 한하여 마음 들뜸 물과 같아.
쌍으로 나는 검은 제비를 바라보며,
창문에 의지해 눈물을 흘리나니.
이는 봄을 바라봄의 애원이요.
공규(空閨): 오랫동안 남편(男便) 없이 여자(女子) 홀로만 쓸쓸히 있는 방(房).
조롱(雕櫳): 꽃을 조각하여 만든 창문.
故人遠遊兮 送將行에 雨浥輕塵兮 柳色靑한데
三疊歌闋에 別馬嘶鳴이라
登崇丘兮 望行色하고 烟花掩苒兮 蕩情하니
此則春望之別恨也요
멀리 떠나는 친구를 전송할 때에
가랑비 내려 축축하고 버들잎은 푸르른데.
노래 세 가락 다함에 떠나는 말도 슬피 운다.
높은 언덕에 올라 행색을 바라봄에,
봄 안개 자욱하여 애를 끓나니.
이는 봄을 바라봄의 이별의 한이요.
* 유색청(柳色靑): 왕유(王維)의 〈위성곡(渭城曲)〉에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셨는데, 객사에 푸릇푸릇 버들잎이 새로웠네[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하였다.
* 삼첩가결(三疊歌闋): 위성(渭城)에서 친구를 송별하며 읊은 왕유의 〈위성곡〉이 악부(樂府)에 편입되어 송별할 때 부르는 노래가 되었는데, 반복하여 부르는 데서 양관삼첩(陽關三疊)이라 한다.
至若征夫ㅣ 邈寄乎關山하여 見邊草之再榮하고
逐客이 南遷乎湘水하여 望靑楓之冥冥이면
莫不翹首延佇하여 抱恨怦怦하리니
此則春望之覊離也라
또 출정 군사가 멀리 關山에 이르러
변방 풀이 다시 자라남을 보고,
귀양가는 사람이 남방 상수에 가서
어둑어둑한 푸른 신나무를 바라볼 때면,
모두 다 머리를 쳐들고 넋 잃은 듯이 서서
가슴 가득 깊은 한(恨)에 잠기리니,
이는 억지로 집 떠난 자의 봄날 바라봄이다.
* 상수(湘水): 호남성(湖南省)에 소수(瀟水)와 병칭 합류되는 동정호(洞庭湖)로 들어가는 강. 초(楚)의 굴원(屈原)이 이를 건너며 원망하였고, 한(漢)의 가의(賈誼)도 이를 건너며 굴원을 조상했다.
吾知 夫夏之望兮여 抱於蒸暑하고
秋專蕭瑟하고 冬苦凝閉로다
玆三者之偏兮여 若昧變而一泥로되
唯此春望은 隨物因勢하여 或望而和懌하고
或望而悲淚하고 或望而歌하고 或望而涕하여
各觸類以感人兮여 紛萬端與千緖로다
나는 아노라!
여름날에 바라봄은 무더위에 얽매이고,
가을은 오로지 쓸쓸하고,
겨울은 추위에 갖혀 있어 고통스럽도다.
이 세 철은 하나에 치우쳐 변화에 어두워 구애를 받는다.
그러나 이 봄날의 바라봄은 경치와 형편에 따르기에
바라보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노래도 나오고,
혹은 시큰한 눈물도 나와서 각자의 촉류로 사람을 감동시키니,
그 盛함 千緖萬端하여 다함이 없네!
若隴西子者는 何爲哉아
醉而望也면 樂하고 醒而望也면 哀하며
窮而望則雲霧塞이요 達而望則天日開하여
可以喜則喜요 可以悲則悲하니
誠能遇境沿機與物推移하여
而不可以一揆測知者乎아 <東文選 卷之1>
농서자(隴西子)같은 이는 어떠한가?
취하여 바라보면 즐겁고, 깨어서 바라보면 서러우며,
궁할 때 바라보면 안개구름에 막혀 있는 듯하고
달하여 바라보면 해가 환히 비춰서,
기뻐할만 하면 기뻐하고 슬퍼할만 하면 슬퍼하니,
진실로 경우를 쫓고 기회를 따라 사물과 함께 推移하여,
일률적으로 헤아릴 수 없는 자인가!
* 농서자(隴西子): 작자(李奎報)의 호.
* 일규(一揆): ①같은 경우(境遇). 또는 경로(經路). ②늘 변(變)하지 않는 한결같은 법칙(法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