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검정고무신
오늘은 문득 신발장을 보다 잠시 어린시절 생각이 났다.
신발장을 보니 온갖 신발들이 나를 신어 달라한다.구두,운동화,샌달,슬리퍼 등등...
계절에 맞게 옷차림에 맞게 각각에 용도에 맞게 신발들이 준비되어 있다.넘쳐나서
어쩔땐 무얼 신을까도 햇갈린다.신발 가격만해도 만만치 않을걸
어릴적, 나는 초등학교 졸업때까지는 운동화를 신어보지 못했다.물론 가방도
들어보지 못했고 변변한 새 옷 한번 입어보기가 쉽지 않았다.대부분 시골 아이
들이 그러했겠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나에게 오는 새 것이라곤 검정 고무신이었다.
우선 새 신발을 사면 내것이라는 표식을 해놓아야 했다.윗 코부분에 구엉을 뚫기도
하고 X자 표시도 하고 별모양을 해두기도 했다.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 자주 잃어
버리기도 해서 어떤아이는 책보에 싸서 책상 서랍에 넣어 두기도 했다.
날씨가 따뜻할 때면 아스팔트길에서는 맨발로 걷기도 하며 아껴 신었다.
이 검정 고무신의 용도는 다양하기도 했다.냇가에선 배처럼 띄워 누구 신발이
멀리 가나 내기도 하고 물고기를 잡아 넣어두던 어항 역할도 했다.
그 뿐인가 먹을것이 귀한 시절이라 길가에 매어 놓은 염소의 젖을 짜서 마시는
그릇 역할도 했다.
'아이고 더러워라!'
'아뇨 맛있기만 했는데요!'
어린시절 난 검정 고무신을 신는 것에 별 불만은 없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신고 있어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알고 있었던터다.
하지만 내게도 검정 고무신이 아닌 다른걸 신은 아이가 부러운 적이 있었다. 바로
운동화와 털신이다.
첬째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때다.
물론 공은 요즘처럼 가죽으로된 공이 아니어서딱딱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공을 차는
강도도 달라지고 결정적일때 신발이 벗겨져공보다 멀리 신발이 날아 가기도 했다.
그땐 난 정말 운동화를 신은 아이가 부러웠다.
두번째는 겨울철 눈오는 날이다.
요즘보다 눈이 더 왔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시골길은 좁아서 눈도 빨리 녹지 않았다.
색깔이 서로 다른 양말을 두세컬레 신다보니 고무신이너무 작아 잘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자주 벗겨져서 새끼줄로 신발을 묶고 신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것도 눈에 퐁퐁 빠지다 보면 양말이 젖어서 너무 발이 시렸다.
이럴때면 우린 당산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동네 입구에서 불을 피워 발을 녹이곤 했다.
그러다 양말은 다 타고...
집에 들어올때면 코 끝은 시커멓고 뱃가죽은 등에 붙어 있었다.
검정 고무신!
내겐 추억이자 보물이었다.
지금은 그 어떤 신발도 그때의 검정 고무신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첫댓글 검정 고무신을 신은 어릴적 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고무신이 그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였다니 저로선 놀랍지만 참 재미난 어린시절을 갖고있어서 얼마나 좋을지 잘 모르시지요?얘깃거리가 없는 저로서는 마냥 부럽습니다.종종 들려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