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화대종주를 앞두고 - 금주일지 254(2023.5.25.)
지난 5월 5일 나와 강하주, 사위 김국인, 아들 이새길은 의기투합하여 지리산 화대종주를 하기 위해 화엄사 아래 모였다. 가뭄 속의 단비를 감사로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큰맘 먹고 준비하고 있는 가족 화대종주를 위해 비가 그치기를 밤을 새워 기다렸다.
그런데 단수 중인 광주 전라도 지방의 가뭄이 더 간절하였는지 결국 비로 인하여 입산이 금지되었다. 결국 가족들을 일단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아들은 배낭을 그대로 두었다가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오겠다며 기회를 살피겠다고 했다.
며칠 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석가탄신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가 되니 지리산 대피소 신청을 하겠단다. 아빠, 엄마는 어떻게 하시겠냐는 것이다. 저는 혼자라도 가겠다고 했다.
사실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우선 다리가 약간 불편하기도 했고, 힘들 것을 알기에 굳이 찾아나서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기도 했다. 강하주 씨도 아마 나와 거의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은 혼자라도 가겠단다. 아들 혼자 가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니다’. 한 번 같이 가기로 했는데 혼자 가라고 하는 것은 의리도 아니고 체면도 아니고 가족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어 ‘같이 가자’고 했다. 강하주 씨도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오늘이다.
오전에 출근했다가 남구청의 면접심사위원 역할을 마치고 집에 와서 배낭을 챙겼다.
오후 5시 15분 구례행 버스를 타고 화엄사 아래 예의 그 ㅇㅇㅇ팬션에 도착하니 7시다.
아들은 서울에서 기차로 오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에 얼른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이윽고 아들이 왔다. 저녁에 먹을 술을 사기 위해 함께 편의점에 갔다. 아들 몫으로 맥주를, 강하주 몫으로 소주를 샀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곁들인다. 이른바 출정식을 하는 셈이다. 아들은 맥주를 마시면서 엄마가 기운이 좀 없어 보인다며 기운을 북돋운다. 기운을 내자며 건배도 하고 또 술잔을 따르기도 하고. 그러면서 지난 2020년 2월에 아빠랑 화대종주를 마치고 대원사 아래 선술집에서 종주를 무사히 마친 축하주를 마시던 기억을 소환한다.
이번에도 종주를 마치면 거기에서 자축파티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자’고 하는데 아들이 한마디 한다.
“아빠, 그때(화대종주를 무사히 마친 후에도)도 술 안 드실 거예요?”
갑작스런 질문에 잠시 망설인다. ‘어떡하지~?’
“응, 야, 그땐 한잔해야지. 종주 기념으로 아들이랑 한잔해야지.” 했다.
사실은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나와 강하주는 첫날 산행을 해 보고 노고단에서 산행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화엄사에서 코재 노고단에 이르는 힘들고 어려운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면 무리를 무릅쓰고 끝까지 진행하고, 힘들고 어렵겠다 싶으면 노고단에서 성삼재를 통해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도중에 하산을 염두에 두고 있을 만큼 의지와 의욕이 충분하게 충전되어있지 않았다. 그러기에 종주를 자축하는 자리는 지금 당장의 계획엔 구체적으로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의 질문에 ‘그냥 한 잔 하겠다’는 정도로 대답했다.
거사를 앞둔 출정식치고는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아 밋밋하였다. 그래도 아들은 맥주를 마시며 전의를 다지는 얘기들을 던지고 강하주는 소주를 조금씩 마시며 장단을 맞춰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나 역시 생수를 마시면서 보조를 맞추어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며 내일을 준비하였다. 내가 함께 술을 마시면 분위가 훨씬 좋아질 텐데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그래도 금주 약속은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다.
마침 내일은 날씨가 좋다니 다행이다.
첫댓글 금주 종료의 시간들이 다가옵니다. 금주 완료하시고 가장 처음 드시게 될 🍷 술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그간 금주일지에서 어떤 술을 가장 아쉬워했는지 궁금해져요. 물론 분위기에 합세하지 못하시는 걸 가장 아쉬워하셨지만요. 금주 해제 다음 날 기념사진은 어떠세요. 술잔에 💋 하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