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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으로 평가를 받는 정약전의 저서로, 얼마 전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책이다. 주지하듯이 정약전은 조선 후기 대학자로 평가되는 정약용의 형으로, 정조의 죽음 이후 서학(천주교)에 관련되었다는 사유로 형제가 유배형에 처해졌다. 당시 천주교가 유입되면서 정약용 형제가 속한 남인들이 서학에 입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약용의 맏형인 정약종을 비롯한 친지들도 ‘신유사옥’(1801) 당시 서학의 주동자로 처형을 당하기도 했다.
형제들 가운데 정약용과 정약전은 일찍이 서학에서 탈퇴하여 유배형이 내려졌고, 정약전은 전라도의 신지도로 그리고 정약용은 경상도 장기로 유배를 떠나게 되었다. 이후 정약종과 이승훈 등이 참수되면서, 형제는 각각 강진(정약용)과 흑산도(정약전)로 유배지가 옮겨졌던 것이다. 특히 정약용은 18년 동안의 기나긴 유배 기간 동안 제자들과 함께 학문에 열중하여, 오늘날 대학자로 평가될 수 있는 방대한 저술들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정약전 역시 흑산도에서 지내면서 물고기와 해양 생물에 관심을 가지고, 어부들과 어울리며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이라는 부제로 소개된 이 책은 <자산어보>의 번역본이며, 그동안 정약전 단독 저서라고 알려졌던 것을 정약용의 제자인 이청이 원본에 다양한 문헌을 통한 보완을 해서 완성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자산어보>를 정약전과 이청의 공동 저작으로 소개하면서, 이청의 교정과 보완이 <자산어보>의 가치를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자료들에서 부분적으로 언급되었던 <자산어보>의 내용을 이 책을 통해서 상세히 살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전체 3권으로 구성된 <자산어보>는 전체 226종의 해양 생물을 비늘이 있는 ‘인류(鱗類)’와 비늘이 없는 ‘무린류(無鱗類)’로 나누고, 이와 함께 껍데기가 있는 ‘개류(介類)’와 이상에 속하지 않는 그밖의 해양생물들을 ‘잡류(雜類)’로 구분하여 수록하고 있다. 원문의 주요 내용은 정약전이 흑산도 어부들의 도움을 받아 먼저 저술했으며, 정약용의 제자인 이청이 스승의 명에 따라 자신의 경험과 각종 문헌을 통해 보완하여 완성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우선 해양 생물들의 명칭을 제시하고, 그것의 다른 이름과 크기 및 형태는 물론 어획 방식과 활용법 등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까지의 해양생물 연구서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종을 다루었’으며, 그 내용도 매우 체계적이어서 지금까지도 해양생물에 대한 연구에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자료라고 하겠다. 번역자는 그동안 정약전의 단독 저서로만 알려졌던 정보를 바로잡으면서, ‘정약전과 이청이 <자산어보>를 통해 우리나라의 해양생물 지식을 학문으로 태동시킨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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