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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와 관련된 산업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을 마치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그에 비례해서 버려지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병이 들면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러나 동물들에 대해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반려동물이 아프면 치료를 위해서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때문에 그러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몰래 버려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주변을 배회하는 길고양이들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고, 이를 둘러싼 인식의 충돌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생겨날 정도이다.
수의사인 헤리엇의 경험을 토대로 서술된 이 책을 보면서, 문득 근래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떠올려 보았다. 저자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책의 내용은 시작되고 있다. 나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이미 3권이 책으로 출간되었고 이 책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했지만, 작품의 배경과 인물들의 이름을 가상으로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소설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서술자인 ‘나’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지만, 각 항목의 내용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연작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문구의 연작소설인 <우리동네>의 구성 방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그와 얽힌 이야기들이 소개되면서,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방식이 비슷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목축업을 하며 살아가는 농부들을 상대로 하는 수의사로서 그들과 만나, 다채로운 경험을 엮어나가는 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또한 주인공이 상대한 것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치료나 응급처치가 필요한 가축과 동물들이기도 하다. 때로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방치되었다가 마지막에서야 의사를 부르기도 하고, 가축들의 치료에 앞서 치료비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은 그저 여느 평범한 농부의 모습일 것이다.
어쩌면 이 책에 그려진 인물들은 당시 영국 농촌의 전형적인 농부들의 면모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몇몇 인상 깊었던 장면을 더듬어 보자. 왕진을 갈 때마다 엉성한 게이트 때문에 골탕을 먹고 매번 주인에게 고치겠다는 다짐을 받지만, 다음에 갔을 때에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상태로 두었던 리플리라는 농부. 그리고 보험에 들기를 꺼렸지만, 일단 보험에 들고 나서는 다치고 그에 대한 보험금을 받아냈던 허드슨 형제의 이야기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농부들은 살아가면서 부상을 당하더라도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상 보험금을 받아야 할 정도의 부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라 하겠다. 그밖에도 다양한 농부들과 그들이 키우는 가축이나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매우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었다.
특히 해외여행이라는 환상에 젖어 후배의 권유를 받아들여 비행기를 타고 떠나 고생했던 일화는 아마도 저자에게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배치된 클라크 할머니의 말은 저자뿐만 아니라, 여느 부모들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 10살과 6살의 자녀들이 때로는 수의사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이 인생의 제일 좋을 때’라고 저자에게 건네는 클라크 할머니의 말이 나에게도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미 자식이 훌쩍 커서 부모의 품을 떠났지만, 예전에 아내가 ‘아이가 크는 것이 아깝다’고 했던 말이 이제야 조금씩 실감났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배경이 되었던 시절과 지금은 수의학의 환경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환경이 바뀌었을지라도, 수의사로서 자신이 대하는 사람들과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는 책의 제목은 저자의 이러한 인식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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