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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cyborg)란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를 일컫는 용어로서, 대개는 컴퓨터와 인간의 육체를 합성한 합성인간 또는 인조인간을 말한다. 정확하게 사이보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6백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 등의 외국 드라마가 먼저 떠오른다. 사고로 온몸이 마비되어 생사를 헤매던 주인공이 수술을 통해, 첨단 과학 장비를 장착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수술비가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이었던 6백만불이 소요되어, ‘6백만불의 사나이’가 그를 부르는 별칭이 된 것이다. 사고로 중상을 입은 테니스 선수에게 인공적으로 오른팔과 두 다리를 장착하고, 장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청력을 지닌 기기를 이식하여 새로 태어난 ‘소머즈’ 역시 일종의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모두 장애인으로서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사이보그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청각장애인인 작가 김초엽과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변호사 김원영의 공동 저술로, 장애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몸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이미 자신의 ‘결핍’을 보완해주는 각종 기기의 도움을 받고 살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몸에 과학기술의 산물인 각종 기기가 장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자신들을 ‘사이보그’와 유사한 존재라고 규정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 책에서 저자들은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과 자기 정체성을 반추해 보고, 장애에 관한 과학 기술 담론’이 지닌 문제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에서 사이보그는 ‘첨단 기술의 최전선’의 도움을 받고 그들의 ‘신체는 보통의 신체보다 탁월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실제적인 모습은 그러한 기기의 도움을 받더라도, 비장애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제대로 누리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한 사람인 김초엽은 처음으로 보청기를 하던 날, 아버지가 했던 ‘우리 딸이 6백만불의 사나이가 되었네’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를 비롯한 청각 장애인들에게 보청기는 ‘단지 감추고 싶은 기계’였으며, 여전히 보청기 제작업체에서는 그 기능과 함께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가 존재하며, 그로 인해서 앞으로의 삶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각종 보도를 통해서 민간 차원에서 우주여행이 시험적으로 실시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민간 우주여행에서 단 3일 동안의 여행에 한 사람등 수백억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기술의 개발이 촉진되어 상용화되더라도, 개인이 우주여행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즉 화려한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기대에는 그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장애인인 두 사람의 저자들은 자신의 장애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들에 적지 않은 비용이 요구되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그나마 그것을 감당할 경제력이 있다면 그 기기들을 구입하여 활용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장애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 비용 때문에 보조기구들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고나 질병으로 다리나 팔 등 신체의 일부를 상실했을 때, 인공보철을 몸에 부착하여야 한다. 겉으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디자인되고 불편을 덜기 위한 여러 기능이 장착되어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오랜 동안의 노력과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무리 매끄럽게 디자인되었다 하더라도, 인공 보철과 결합되는 부위의 통증은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인공 보철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을 본 사람들이 ‘비정상’이라는 주정적 평가로 인해서 자신이 장애인임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기보다는 애써 감추려고 하며, 비장애인들에게 맞춰진 우리의 사회 환경은 장애인들에게는 커다란 ‘벽’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유능한’ 세계보다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고 믿는다.”는 김초엽의 발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김원영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책의 기획은 서로의 글을 주고받으면서 그 깊이가 더해졌고, 그 내용 중 일부는 잡지에 연재되면서 확실하게 틀을 갖추어 나갔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두 사람의 대담 역시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결합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좋지 못한 시력 때문에 오랫동안 안경을 쓴 것 이외에는 생활에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기에, 장애인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환경과 문화를 돌아보는 두 사람의 시각이 더욱 인상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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