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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으로 이루어진 사랑어린 연극
사랑어린부모들과 아이들
관옥나무도서관, 사랑어린배움터 구석구석
늦여름 어느날
1막 1장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른 날입니다. 비가 곧 쏟아지려고 하는지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후텁지근합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관옥나무도서관으로 하나 둘 모여듭니다. 신발장은 금새 가득 찹니다. 사람들은 사랑어린사람임을 되뇌이고 사랑어린 이야기책을 손에 쥡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고, 그리고 빙 둘러 앉습니다.
교회오빠, 예똘이 무대 가운데로 나옵니다. 합창선생님답게 목소리는 우렁차고 몸짓은 다소 과장된 듯 하지만 활기에 넘칩니다. 베이스, 테너, 알토, 소프라노를 구분지어 서로 어울리게 조율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파트를 찾아서 옮겨 앉습니다. 예똘은 도서관의 이곳저곳을 종횡무진으로 누빕니다. 예똘이 손짓몸짓으로 지휘를 하자 둘러앉은 사람들은 노래합니다. 서로 맞지 않을 때, 사람들은 꺄르르 웃습니다. 다시 합창의 어울림으로 빠져듭니다.
성 프란치스코 기도문과 얼마전에 다녀가신 교황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다 꽃이야> 우리 모두가 꽃인 노래를 배웁니다. 최종진 시인이 사람들에게 다가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지만 그분은 안타깝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아름답고 애달픈 노래를 불러주셨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은 노래하며 밤을 새울 기세입니다. 밤이 깊어지자 끝내지 못한 합창도 끝납니다.
사랑
-최종진
바람도 없는데 괜히
나뭇잎이 저리 흔들리는 것은
지구 끝에서 누군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기 때문
1막 2장
보리밥이 등장하여 <사람책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사람은 한 권의 책과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질문하고, 그와 함께 무언가를 나누는 것은 우리 삶에 한 권의 책을 펼쳐 놓은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이고, 그 한 사람이 보여주는 삶을 함께 살짝 엿보는 시간입니다.
보리밥의 유쾌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중창단이 등장하여 노래로 그 한 사람을 환영합니다. 보리밥으로부터 얼떨결에 지목을 받은 오늘이아빠가 두더지를 소개합니다. 두더지가 나옵니다. 사람들은 박수치며 맞이합니다. 사람들은 엉덩이를 밀며 그에게 바짝 다가가 앉으며 귀를 세웁니다.
두더지가 멀리서 찾아온 벗님의 이야기를 듣자고 원주 한알학교 김용우선생님을 모십니다. 김용우선생님께서 세월호 이야기를 하실 때 눈물이 어립니다.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세월호참사는 문명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며 우리 문명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세월호는 계속된다고 합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호혜적 소유, 공동체적 소유를 늘리야 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호혜적 노동과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도 합니다. 자연과 인간에 이로운 노동인지, 생명의 존재 근거를 위한 노동인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호혜의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김용우선생님이 퇴장하고 두더지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야기와 노래가 끝나자 우성이엄마가 화병을 가장한 주병을 두더지에게 선물합니다. 콘서트가 끝나자 사람들은 잠자리를 찾거나, 집으로 가거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러 공양간으로 갑니다. 막이 내립니다.
2막 1장
밤이 지나 다음날입니다. 해가 뜨기 전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사람들은 밭에서, 운동장에서, 학교 주변에서 울력을 합니다. 공양간 청소를 합니다. 예초기를 돌립니다. 예초기 소리가 끊일듯 하다가도 이어지며 하루종일 배경음으로 들려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단련하듯, 수련의 과정이듯 불편한 몸으로도 예초기를 놓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모둠을 만들어 둘러앉아 가족약속문에 담긴 마음을 나눕니다. 아이들은 이곳저곳에서 책을 읽거나, 놉니다. 아직 학교가 낯선 아이는 부모자락을 맴돕니다. - 나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알고, 순간마다 가슴 활짝 열어 배우는 학생으로 살겠습니다. -가족약속문 중 일부가 무대 가운데에 설치된 스크린을 수놓습니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가족방 문패를 답니다. 손이 닿지 않아 무릎을 꿇고 누군가를 태웁니다. 새로운 문패가 달릴 때 몇은 눈시울을 붉힙니다. 신난다, 민들레, 보리밥방... 그곳에서 함께 밥을 먹습니다.
2막 2장
점심 밥모심이 끝나고 사람들은 흩어져서 쉽니다. 쉬었던 몸을 깨우기 위해 이령이엄마가 무대로 나옵니다. 단아하고 고운 몸짓을 따라서 배웁니다. 사뿐사뿐 내딛는 발짓, 살짝살짝 펼쳐내는 몸짓 하나하나 눈으로 쫓고 몸으로 따라 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따라서 합창, 풍물, 빛칠하기로 나눕니다. 그곳에서 가슴을 열고 예술을 느껴보고 함께 모여 축제를 펼칠 준비를 합니다.
여간해서 잘 들어맞지 않는 장단을 쫓아가기 힘들지만, 붓이 가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장구채를 잡고, 붓을 움켜쥐고 예의 눈빛을 반짝거립니다. 예술향에 취해 눈을 지그시 감은 석봉이 어머니는, "이 어미는 눈을 감고 난을 칠테니 석봉아, 너는 눈을 부릅뜨고 떡을 썰어라!"라고 말합니다.
예술활동을 끝낸 사람들은 도서관으로 모여듭니다. 다음 장면을 위해 사람들은 약간의 논쟁을 벌입니다. 사람들은 와온바다 너머로 지는 노을을 보며 산책을 하기로 했으나, 운동장 가득한 풀이 자신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누군가는, 산책할 사람은 하고 풀을 뽑을 사람은 그에 맞게 하자고 합니다. 또 누군가는, 수련의 주제에 맞게 예술 같은 저녁놀을 보며 산책하자고 합니다. 그러자 누군가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노동에서 예술의 다양한 모습이 시작되고 이뤄졌다는 또다른 누군가의 말에 모두 함께 풀을 뽑기로 합니다.
다시, 저녁 밥모심 전에 운동장에 우거진 풀을 뽑을 것인지, 밥모심을 하고나서 뽑을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습니다. 일을 하고 밥을 먹기로 합니다. 사람들은 예술의 모태를 찾아서 몸으로 느끼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갑니다. 아이들의 고사리 손이 함께합니다. 이제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해도 될지 모릅니다. 예초기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2막 3장
저녁을 먹을 시간, 저녁 밥모심 시간입니다. 몇몇은 와온바다를 향해 달립니다. 뿌연 하늘은 쉽게 노을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7,8,9학년 부모들과 배움지기들은 바다 옆에 둘러 앉습니다. 와온바다는 찰랑찰랑 물을 채우고 갈매기는 이따금 사람들 머리 위로 헤엄치듯 날아 다닙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사람들은 바다를 떠나 도서관으로 모입니다. 한껏 비를 머금은 것 같은 하늘 아래로 후줄근한 바람이 어쩐일인지 오늘밤은 앵무산을 넘지 못하고 도서관 주변을 서성입니다.
살림위원장인 바람빛이 무대 가운데로 나옵니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텁텁한 바람은 유리창을 흔들뿐 유리창을 넘지 못합니다. 유리창이 한 번 쾅하고 흔들릴 때 무대 왼편에서 빨간 섬광과도 같은 불빛이 번쩍입니다. 그에 맞서 무대 오른편에서 파란 불빛이 번쩍거립니다. 배움지기 수련과 들고 남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두가지 색깔의 불빛으로 무대 위를 어지럽게 번쩍이다가 사라지다가를 반복합니다. 갑작스런 불빛에 당황한 사람들은 무대를 종으로 가로질러 오락가락합니다. 그들의 색깔은 하얀 형광빛입니다. 마치 나이트클럽의 화려한 조명처럼 색색의 불빛이 모였다 흩어졌다, 꺼졌다가 켜졌다가를 반복합니다. 유리창은 더 세차게 흔들립니다. 그리고 찾아온 암전.
2막 4장
사람들이 암전에서 차례로 헤어나옵니다. 어린 아이를 둔 사람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남은 사람들은 잠자리를 알아봅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춤을 추던 사람들은 공양간으로 하나 둘 찾아듭니다.
저녁 무렵 추렴으로 준비한 와온바다의 횟감은 이 자리를 미리 알았나 봅니다. 와온바다에서 잡은 안주감과 알싸한 막걸리는 수련 둘째 날을 하향게 새우게 만듭니다. 밤은 깊어질 대로 깊어지고 사람들은 불콰해집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털어내고 속울음을 삼키고 어설픈 몸짓으로 서로를 안아줍니다. 막이 내립니다.
3막 1장
깊은 밤은 어김없이 새벽을 불러옵니다. 사람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 울력에 나섭니다. 예초기는 계속 돌아가고, 사람들은 운동장 풀을 뽑고, 공양간을 치우고, 기숙사를 청소합니다.
3막 2장
사람들은 지난밤의 뜨거운 가슴을 부여잡고 모둠을 나눕니다. 가슴, 예술, 축제, 그리고의 네 모둠을 만듭니다. 각 모둠별로 가족약속문을 주제 삼아 예술적인 몸짓을 해보기로 합니다. 삼삼오오 사라졌다가 다시 무대로 모입니다. 그리고 연극 안의 연극을 펼칩니다
가슴 모둠이 보여준 <사랑!>
예술 모둠의 <걸어서 별까지>
축제 모둠의 <모두다 꽃이야>
그리고 모둠의 <수처작주>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몸짓을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몸짓을 보며 웃고, 어쩔 줄 몰라하며 또 웃습니다.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모여 축제가 되고 잔치가 됩니다.
3막 3장
사람들은 두 개의 원으로 둘러 섭니다. 서로 마주보며 절명상을 합니다. 절을 할 때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부릅니다. "어진이의 아름다운 순례를 위해 마음 모읍니다." 하며 절을 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집 아이 이름을 부를 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하나로 둘러앉아 차례대로 각자의 마음을 이야기 합니다. 스스로의 연극무대에 대해서 스스로 이야기 합니다.
사람들은 절을 할 때 무대와 객석 위로 가녀린 음악이 흘러나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 한 편이 낭송됩니다.
지금은
-이병철
지금은
그저 고마워할 때
곁에 있는 것만으로
내밀어 그 손 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고맙고
마냥 눈물겨워할 때
지금은
오직 사랑할 때
그 사랑 더 이상 미루지 않을 때
망설임 없이 달려가
주저함 놓고 사랑한다고 고백할 때
지금은
다만 가슴을 열어야 할 때
가림 없이 품어 안아야 할 때
마주 안은 가슴으로 눈물 훔치며
다시 환하게 웃어야 할 때
처음이듯
그리고 마지막인 듯
혼신으로
한사코 오롯할 때
잊고 있었던 것 미루어 두었던 것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기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더 우선하는 것인지 다시 깨닫고 먼저 하기
2박 3일 간의 짧고도 긴 연극무대가 끝나고 막이 내려올 때 검은 막 위로 새하얀 호박꽃이 사르르 피어납니다. 막이 완전히 내립니다.
연극이 끝난 후에...
사람들의 가슴이 열에 들떠 뜨거워질 때 사람들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예술이 됩니다. 예술은 어디에 있지 않고 우리 삶을 서로 나누고 공감하는 데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사람들이 웃음 짓고 눈물 지으면서 자신의 삶을 살짝 엿보는 것이 예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 삶의 진리, 진실을 찾으러 다시금 몸짓을 하겠지요?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서 놀 때 잔치가 되고 축제가 되겠지요?
첫댓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렌즈는 우릴 보고 있었네요.
어느새 이렇게 정리를 하셨을까요?
허리도 아파을 텐데요.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