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영 집사의 교우 단상- 경계 위에 서 있는 혼란한 신앙 ◈
교우단상의 순서가 되었을 때, 무엇을 쓸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다른 때와는 달리 더 깊었다. 며칠을 끙끙거리며 생각을 해봐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교회에서 구입한 묵상집을 회사에서 매일 아침 날짜 별로 읽고 있던 중(작년 묵상집도 다 읽었음) 내가 가지고 있는 믿음(신앙)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한 성찰 끝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내 마음을 써 보기로 하였다.
내가 살아온 세월이 횟수로 51번째가 되니 교회를 다닌 횟수도 51번째가 된다.(교회를 다닌다고 표현한 것은 교회출석이 곧 신앙생활과 동등하다고 볼 수 없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임) 나의 신앙생활에 특별할 것이 없었던 것은, 어려서는 어머님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니다시피 하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그저 어머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교회를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혼하기 전 나름대로 열심으로 교회를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치적인 이유가 가장 큰 목적이어서 어머님과 같이 다니던 교회에서 튀어 나와 구로공단에 위치한 민중교회를 몇 년 간 나름대로 열심히 다녔지만, 요즘 내가 생각하는 신앙의 의미와는 차이가 나는 행동이었음을 고백한다.
지금 생각하면 민중교회에서의 가장 큰 의미는 아내와의 만남인 것 같다. 그 후 여러가지 이유(정치적인 이슈 등)로 민중교회를 그만 다니게 되었고, 결혼한 후부터는 나를 튀어 나오게 한 그런 성향의 교회를 다시 시계추처럼 다녔으며, 예배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교회와 목사님, 교인들에 대해서 이런 저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이 내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2001년, 우리 부부는 도시는 더 이상 삶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나름대로 거창한 목표를 앞세워서 시골에서의 생활과 미래를 꿈꾸며 이 곳 전라북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었고, 지금까지 전라북도 도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가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예쁘게 지은 집, 좋은 집터 등을 구경 다니는 것이 낙이었는데, 구이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들꽃교회를 발견하고는 내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괜찮네!’였는데, 그 후로 교회 생활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지는 상황이 되자 몇 년 전에 지나가다 본 들꽃교회가 생각나서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에 이르자 인터넷 카페도 들어가 보고 많은 고민 끝에 한번 가보자 한 것이 2년 전에 이룬 들꽃교회와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들꽃교회를 다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솔직히 믿음(신앙)의 관점보다는 내가 다녔던 민중교회에 대한 아련하고 애틋한 추억과 최소한 말과 마음이 벽에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소통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아들에게도 들꽃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이 바른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적당한 선에서 다닐 줄 알았던 교회생활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점점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개월 동안의 내 마음이 더욱 그러했는데, 결정적인 것은 사순절 기간을 통해 하게 된 릴레이 기도 시간에 우리 부부는 함께 기도를 하러 교회에 오게 되었고, 같이 본당에서 기도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러한 상황은 나를(믿음에 대해서) 돌아보는 계기와 함께 깊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세상에나, 내가 아내와 함께 교회에 와서 1시간 동안이나 함께 기도를 하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니 말도 안 되는 사건을 경험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나를 참으로 당혹스럽게 함은 물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대로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또한 몇 달 전부터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을 하면 노트북을 꺼내 놓기 전에 먼저 소리 내어 기도를 하고, 하루에 한 장씩 성경을 읽는데 마태복음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누가복음을 읽고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성경 읽기는 사실 목사님과의 성경필사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죄책감)에 대한 대안이었고, 쓰지 못한다면 읽기라도 하자는 생각에 성경을 소리 내어 읽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일에 대한 결심과 같이 일을 하기로 한 사람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아침 기도의 주된 주제이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들꽃교회와 그동안 한 번도 기도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매일 실천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 많이 혼란스럽고 어색하기만 하다.
예배 중 대표기도를 하는 내 모습, 수요말씀 시간에 교우들을 위해 기도하는 내 모습이 정말 어색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의미가 없는 일순간의 신기루 같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이러한 경계(어색함, 혼란)에 서 있는 나의 마음(믿음, 신앙)과, 올바른 신앙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요즘임을 털어놓는다.
이 고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직 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 언제 답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답은 반드시 내게 전달 될 것이라 믿는다. 더 나아가 답은 내가 찾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통해 찾아지기 될 것이라고 고백 할 뿐이다. 우선 이 어색함부터 먼저 벗어나기를 기도한다. 사순절이 다 끝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