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學優登仕 攝職從政 (학우등사 섭직종정) (백우)
【本文】
學優登仕 攝職從政 학우등사 섭직종정
학문이 뛰어나면 벼슬길에 나아가 직위를 다잡아 정사에 참여한다.
【훈음(訓音)】
學 배울 학 優 뛰어날 우 登 오를 등 仕 벼슬 사
攝 잡을 섭 職 벼슬 직 從 좇을 종 政 정사 정
【해설(解說)】
이번 장은 덕성을 닦은 군자는 배움이 넉넉하고 뛰어나면 그 배운 바를 바르게 펼치기 위하여 벼슬을 하여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정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學優登仕(학우등사) 학문이 뛰어나면 벼슬길에 나아가 학(學)은 가르칠 교(敎)와 멀 경(冂), 절구 구(臼)가 합쳐진 회의자로, '冂'은 어린이, 그래서 어린이가 가르침을 받아서 무지(無智)에서 벗어난다 뜻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가르침을 배운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우(優)는 사람 인(人)과 근심할 우(憂)의 형성자로, 본뜻은 '화(和)'의 의미로 '부드러움'을 뜻합니다. 그런데 우(憂)는 원래 근심이라는 뜻이 아니라 가면(假面)을 쓰고 연기(演技)를 하는 배우(俳優)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가면을 쓴 배우의 연기가 감동적이어서 '뛰어나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등(登)은 필발머리(癶)와 콩 두(豆)의 회의자로, 본뜻은 '수레에 올라타다'입니다. 발(癶)은 걸음을 걷는다는 뜻이고, 두(豆)는 콩이라는 뜻도 있지만 제사를 지낼 때 제단에 올려 놓는 제기(祭器)의 모습이라 합니다. 그래서 제단에 올릴 그릇을 들고 발걸음을 옮겨 산으로 올라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제사를 큰산에 올라 지냈습니다. 제수(祭需)를 마련하여 수레를 끌고 올라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르다', '수레에 타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사(仕)는 사람 인(人)과 선비 사(士)의 회의ㆍ형성자로 사(士)는 선비의 뜻으로, 학문을 닦은 선비는 나아가 일을 하거나 임금을 섬긴다는 데서 '벼슬ㆍ일'의 뜻을 가집니다.
학우등사(學優登仕)는 학문이 뛰어나면 벼슬길에 나아간다는 말입니다. 이는 덕행을 닦고 학문을 쌓아 넉넉해지면 벼슬길에 나아가 닦고 배운 바를 백성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배우지 못한 용렬한 자가 벼슬을 하면 폭정을 일삼게 되지만 덕을 함양하고 학문이 높은 사람은 인의(仁義)로써 백성을 대하기 때문입니다. 학우등사(學優登仕)를 요즘 말로 하면 지식인은 자기의 배운 바를 사회참여를 통해 공헌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논어(論語)》『자장편(子張篇)』에서 자하(子夏)가 말했습니다.
"벼슬을 하고도 여력이 있으면 배우고, 배우면서도 여력이 있으면 벼슬을
하는 것이다." (子夏曰 仕而優則學 學而優則仕)
벼슬을 하면서도 여가를 이용하여 틈틈히 학문을 닦으면 직무수행에 도움이 클 것입니다. 또한 학문을 연마하여 넉넉해지면 그 배운 바를 펼쳐야 하는 데 그 길은 벼슬길에 나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그 배운 바를 바르게 펼쳐서 백성들이 안락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군자(君子)는 학문이 높아진 뒤에 벼슬에 오르고 녹(祿)을 누린다 하였습니다. 옛날 전국시대의 유세가(流說家) 소진(蘇秦)이 유학 십 년에 아직 학문이 미달된 채 돌아오니 아직 미혼인 때라 형수가 있었는데 형수가 불을 지피며 일어서지 않았습니다. 이에 소진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귀곡선생(鬼谷先生) 문하에서 학문을 배웠습니다. 졸음이 오면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며 삼 년 가까이 배우고 나서 육국(六國 燕ㆍ魏ㆍ趙ㆍ韓ㆍ齊ㆍ楚)을 유세(流說)하고 육국재상(六國宰相)이 되어 인끈을 차고 돌아오니 형수가 육 십리를 나와 영접하였습니다.
이에 탄성하여 말하기를 "이 한 사람의 몸이 귀히 된 바는 형수의 격려에 기인한 것이다." 하였습니다.
학문이 덜 된채로 돌아온 시동생을 매몰차게 대한 형수의 몰인정에 소진은 굳은 결심으로 종횡가(縱橫家)로 명성이 높았던 귀곡선생 문하에서 학문을 철저히 수학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장의(張儀)와 더불어 명성이 높은 것입니다. 학문이 덜 된 채로 벼슬을 탐하면 소인배가 되는 것인데 소인배가 어찌 다스림을 바로 하겠습니까?
攝職從政(섭직종정) 직위를 다잡아 정사에 참여한다
섭(攝)은 손 수(手.扌)와 잡을 섭(聶)의 형성자로, 본뜻은 '끌어당기다'입니다.
이는 손으로 옷자락을 잡는다는 뜻인데 이 뜻이 변하여 손으로 옷을 잡듯이 일을 처리한다는 뜻이 되었고, 그래서 '다스리다', '잡다', '당기다'의 뜻이 되었습니다.
직(職)은 귀 이(耳)와 찰진 흙 시(戠)의 형성자로, 본뜻은 '기록하다'인데 '일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가 귀로 듣고 아는 바를 기록했는데 그것이 일하는 것이 되어 직분(職分)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종(從)은 쉬엄쉬엄갈 착(辵)과 종(從)의 고자(古字)인 종(从)의 회의ㆍ형성자로, 서로 뒤따라[从] 간다[辵]는 뜻입니다. 그래서, '좇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政)은 바를 정(正)과 칠 복(攵=攴)의 회의ㆍ형성자로, 바르지 않는 자(者)를 쳐서[(攵=攴)] 바르게[正] 만든다는 뜻입니다.
섭직종정(攝職從政)은 직위(職位)를 다잡아 정사(政事)에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위의 학우등사(學優登仕)를 연결해서 이 글을 새겨 보면 이러합니다.
배움이 넉넉해지면 벼슬길에 나아가고 벼슬길에 나아가면 직책을 맡아서 훌륭하게 맡은 바 직분을 다해야 합니다. 공정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정사에도 참여하여 지금까지 갈고 닦은 바를 백성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옛날 연주도독(兗州都督) 순도(荀道)는 그의 생질이 절도를 범하니 법에 따라 사형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통곡을 하였습니다. "너를 쳐죽인 자는 연주의 도독이지 너의 외삼촌이 아니다." ㅠㅠ
이것을 일러 "직위를 다잡아 정사를 쫓는다(攝職從政)라 것이다." 하였습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직에 나아간 사람은 개인보다는 공공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빼돌려 횡령하고, 국민의 위에서 위엄을 부려 권세를 휘두르거나 권력에 아부하여 세력을 따르는 행위는, 소인배나 하는 행위일 따름입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은 바르게 국민을 위한 정사를 펼쳐야지 일부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덕성을 함양하라고 천자문은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기본이 갖추어진 연후에 학문이 무르익어 넉넉해지면 사회참여를 통해 봉사하라는 것이 이번 천자문의 요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