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조운문학상 수상작>
홍시외 5편
김승재
저걸 어째 저 허공에
갈 곳 잃은 불씨 저것
가느다란 가지 끝에 휘둘리는 눈보라 속
기갈난
까치가 왔다
헛된 삶이 아니었다
민들레
240mm 방사포도
뚫지 못한 위용 앞에
콘크리트 옹벽쯤은 우습게 뚫고 왔다
햇볕도
못 찾는 골목
독거노인 웃음처럼
모래밭 실록
무슨 복에 칭얼대며 떼쓰는 손주 안고
팍팍한 하루살이 백사장에 발품 판다
짧고 긴 궤적을 풀어 삶의 무늬 그리며
몰려오는 오물 더미 내치는 거친 파고
공허한 실루엣을 스르르 싹 슬고 쓸다
못 쓸려 남은 가슴아 아 뜨거운 모래밭
돌을 보는 일곱 가지 방법 2
2-1 공석
각지고 모난 마음 둥글게 구르고 싶다
우쭐대는 산이 싫어 속이 깊은 바다로
파도가 때린다 해도 한없이 구르고 싶다
2-2 단석
아버지 둑 쌓아서 물 잡아 둔 다랑이논
끝없는 사랑으로 펼쳐진 어머니 마음
내 마음 모난 생각이 마름모로 누웠다
2-3 산수경석
돌에도 봄은 와서 산은 자꾸 푸르러서
떠난 임 돌아오라 무지개 다리 놓아
물소리 삼키지 못해 돌을 안고 흐른다
2-4 변화석
높은 벼랑 끝에서 골은 자꾸 깊어지고
구구절절 박힌 옹이 숭숭숭 빠져나가
곰삭은 상처를 두고 바람 홀로 웁니다
2-5 색채석
봄 여름 가을 겨울 한데 모여 살아간다
천연색 옷을 입고 변함없는 그 마음은
무쇠솥 벌겋게 끓어 서녘 놀로 물든다
2-6 물형석
마른강 물오리 떼 뒤뚱뒤뚱 길 낸다
돌고래 헤엄치며 잃어버린 지느러미
무논에 청개구리는 속울음을 삼킨다
2-7 사유석
그토록 수줍어서 고개 살짝 숙이고
마주치는 눈빛에 불 밝히는 고압 전류
젖무덤 능선을 타고 흘러가는 에스라인
울돌목 밀물 때
저것 잔 보게 왜놈들 잡어 돌리던 저 속잔 보게
뒤집힐 대로 뒤집힌 속 미치고 환장 했것제 안 봐도 훤하단 말이시 얼마나 속 썩었을지 찬찬히 잔 보게 저렇게 잡어 돌림시로 왜적선 삼백삼십 척 눈 깜짝할 새 꿀꺽하고 시침 뚝 잡어 띠고 입술 싹 닦아 분께 두말할 건더기가 어디 있어, 거시기가 머시라 했어 울뚝하면 말이여 왜놈들 펑펑 울다가고 뚝 그치고 긍게 귀신 눈 감춘다 하드랑께
그토록 영금 봤응께 인자 넘보면 회신灰燼 당하제
경로당 메아리
들쥐에 들고양이 제집처럼 드나든다
경로당 앞길 건너 늙어 불진 빈집 한 채 오만 잡초 끌어안고 가부좌 틀고 앉아 소문에 소문을 물고 빛바랜 문패 달고 찢어진 전화번호 퍼즐로 맞춰내어 낚시 거린 참돔처럼 겨우 걸린 전화벨 아재요 반갑니더 집 내놨다 소식 들었니더 우예 좀 안 되겠는교 꼬랑지 흔들어도 알랑방귀 뀌어도 담쟁이로 헝클어져 풀 수 없느 흥정 앞에 메아리 밀물처럼 경로당에 밀려왔다
듣자니 눈꼴사납네 임자 있을 때 줄 것이제
- 《시조시학》 2024. 봄호
첫댓글 김승재선생님!
조운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한병윤 선생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덕남 선생님 이렇게 지면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