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정연희
생과 사의 경계에 선 분명한 붉은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릴 때부터 홍조 띤 얼굴로
허기진 허공에 봄 편지를 쓴다
믿음은 때로 아프다
아프지 않고서야 어찌
안개처럼 뿌연 서리꽃을 툭툭
털어내며 예리한 칼날 같은
한 시절의 격정을 견뎌내겠는가
어쩌면 나의 삶도 어디에도
피안은 없는
들녘에 홀로 살아남아
꽁꽁 언 땅을 끊임없이 무두질하는
묵직하고 질긴 매화의 뿌리인지도 모른다
보아라
손만 닿으면 금방이라도 쩍쩍
갈라져 하얗게 질린 허공에
꽃잎 하나가 알몸을 드러내고
봄을 향해 혈서를 쓴다
남산 문학제 시화전
첫댓글 멋진 시 잘 읽었습니다
이제 절대 아프지 마시고. 늘 건강하세요
토닥토닥
네 선생님 귀한 걸음 다녀가심에
덕분에 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