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오데사의 선한 영향력
우크라이나 항구의 남자 오데사 장교는 2차 대전 중에 소비에트가 수탈한 곡물을 싣고 ‘브랸스크’에 도착했다.
오면서 더 이상 수탈을 당하면 자국 국민이 식량난으로 위태로울 것 같아 조국을 위해 할 말을 떠올렸다.
그것은 우크라이나를 위하는 길이지만 벨라루스를 포함한 주변 국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오데사는 곡물을 브랸스크 고위급 당국자에게 전달을 했다. 당국자는30트럭 분량으로 알고 있었으나
3트럭이 빈 차량이라 오데사에게 물었다.
“내가 보고 받기로는 30대인데 모자라는 이유가 뭐요.”
“오는 도중에 굶주린 도시 사람들과 농민들 그리고 곡물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왔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소비에트 사람이나 우크라이나나 사람이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다 똑같다고 생각 합니다.
내 임의대로 그들에게 주고 온 것이 잘못이라면 내가 처벌을 받겠습니다.”
당국자는 놀란 눈을 뜨고 말했다.
“그래요? 당신은 참으로 정직하고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오. 의로운 사람이 만약에 처벌을
받는다면 내가 받겠소.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은데 말 해 줄 수 있소?”
“우크라이나 장교 오데사입니다.”
“오데사라.... 나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없소?”
오데사는 생각했던 말을 당당하고 강력하게 요구를 했다.
“우크라이나는 사람들은 소비에트의 집산 정책으로 집단 공장이 생기며 농경지를 떠나고 곡물도 수탈을
당해 수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계속 이런 일을 벌이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주변 국가들도
빈곤으로 몰아가 많은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이는 결국 전쟁 등 여러 갈등으로 더 심각한 상태에 직면할
것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탈보다 좋은 농토를 찾아 집단 농장을 만드는 것이 국가에도
유익이라고 생각 합니다. 내가 알기로는 주상절리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강가의 농토가 최적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좋은 농경지를 찾아 곡물을 생산하는 것이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 합니다.”
“당신의 말이 옳소. 하지만 전쟁 중이니 그곳까지 생각이 미칠지는 모르니 큰 기대는 마시오. 당신을 보니
그 위상이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생각도 그러하리라는 믿음이 가서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하고
나는 당신의 이름을 기억 하겠소.”
오데사의 말은 당국자의 강력한 건의에 정부가 받아들였다. 하지만 전쟁 중이고 농장 건설계획은 6년이
흐른 뒤에야 시작되었다. 조사 예정지는 오데사의 말대로 주상절리에서 조금멀리 떨어진 강 하류로 확정했다.
대학에 지질학자 브랸스크 교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고 현장 조사와 주상절리 연구 차 지인 교수들과
방학을 이용하여 함께 왔다.
브랸스크 교수는 농장 부지 지질조사보다 주상절리의 지질과 암반(다른 바위 속으로 돌입하여 굳어진 불규칙한
대형의 바위)에 관심인 터라 에 그쪽에 더 관심이 집중 되었다.
또 한 가지는 2년 전에 마지막으로 본 제자 부교수부부의 소식이 뚝 끊기고 죽었다는 소문에 그들이 이곳에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었다.
저마다 필요한 간단한 짐을 담은 배낭을 메고 지형을 살피고 토양 쌤플을 담고 강가에 걷고 있었다.
이때 먹이를 찾아 나온 수캐가 먼저 발견하고 큰 덩치와 무거운 발걸음으로 일행에게 달려왔다.
일행은 커다란 털 복숭이 개를 발견하고 놀라서 뒤로 한발 물러섰다.
“으헉 저건 늑대다. 아니 얼굴이 사자 같은데 털이 엄청 많아요.”
“저건 개입니다. 무슨 개가 여기에 살죠?”
암캐가 다가왔다. 커다란 물고기를 물고 와서 낮선 일행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헤이든 앞에 내려놓았다.
헤이든은 개의 행동이 물고기를 주인 앞에 내려놓는 모습으로 보였다. 개를 쓰다듬어주자 개들은 더욱
꼬리를 치며 발랑 누어 큰 덩치답지 않게 애교를 부렸다.
“와우, 민스크 교수님 덩치도 크지만 친밀감이 넘치는 것으로 보아 기르는 개 같아요?”
“맞아요. 개를 따라 가면 원주민이 살고 있을 것 같은데요?”
“오다가 보니까 곰이나 늑대도 있을 것 같던데 원주민이 맹수의 침입을 막으려고 기르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잘 됐네요. 텐트로 일주일을 산다는 것이 위험할 것 같은데 원주민 촌장에게 잠자리를 부탁해야겠네요. 하하하.”
일행은 개들과 기분 좋은 만남에 안아주고 놀아주었다. 개들은 실컷 놀았다고 생각했는지 뛰기 시작했다.
일행은 개를 따라 10분쯤 갔다. 앞서가던 헤이든이 오래전에 잘린 나무를 보자 원주민이 나무를 베어내고
만든 길이라며 웃었다.
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마치 일행을 인도하는 듯 했다. 곧 원주민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개들이 숲 사이로 들어갔다. 일행은 길을 버리고 개를 따라갔다,
“교수님 우리가 모르는 다른 길이 있나 봅니다. 따라가 봅시다.”
숲을 헤치며 20분쯤 가자 커다란 호수가보였다. 일행은 호수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호수에 도착해서 낙엽이 쌓여 폭신한 검은 토양을 살펴보고 샘플을 담았다. 개들은 다시 왔던 길로 향하고
그 길을 따라 20분쯤 왔다.
일행의 시야에 멀리주상절리가 보였다. 환호와 함께 헤이든은 가장 날렵한 몸으로 바삐 개를 따라가자
이번엔 마치 가로수와 같은 길이 나타나자 놀라며 말했다.
“교수님~ 가로수 길이 있습니다.”
“가로수요? 드디어 원주민이 사는 마을 인가요 하하하.”
헤이든은 기자의 촉으로 지질학자들에게 설명을 했다.
“이 길은 분명히 이 지역에 사는 원주민이 만든 길 일겁니다. 북쪽으로 커다란 주상절리가 찬바람을 막아주고
양지쪽으로 길을 낸 것을 보면 아주 영리한 원주민 같아요. 이정도 길을 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흘렀고
많은 원주민들이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브랸스크는 헤이든과 생각이 달랐다.
“헤이든 씨는 계속 원주민 이라고 하는데 제 생각은 6년 전에 주상절리를 찾아 떠났던 우리 부교수 부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하~교수님은 제자를 찾는 것이 여기에 온 목적이니까 그 생각도 맞을 것 같습니다.”
가로수 길을 따라가자 멀리 집의 형태와 울타리가 보였다. 심장이 맥박이 빨라지고 환호성을 질렀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늑하고 편안해 보이는 집은 두 채인지 한 채인지 분간하기는 어려웠다.
또 집 옆으로 뾰족한 지붕은 마치 작은 교회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나무 십자가가 보였다.
울타리 나무 대문 앞에 당도를 했다. 하지만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어 조심스럽게 살펴 보는데 개들이 노크처럼
컹컹 큰소리로 짖어댔다.
루카스와 오스카 가족은 점심을 먹고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개 짓는 소리를 듣고 벤이 잠결에 눈을 뜨고 무슨 일일까 문을 열고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6년 만에 처음으로 대하는 건장한 남자4명이 배낭을 메고 서성이는 모습.
한편은 반갑기도 했지만 건장한 남자들이라 상관을 죽이고 탈영했던 그날 개를 앞세워 추적해 오던 병사들이
떠올라 탈영의 트라우마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잠결에 루카스도 개 짖는 소리를 들었다. 혹시 굶주린 늑대가 또 나타나서 짖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권총을 들고 뛰어 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벤과 밖에 서있는 여러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산속에서 얼마 만에 만나는 사람인가, 반갑기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루카스는 이집 주인이 찾아왔을까 생각하다가 강가에서 3명을 살해한 살해범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권총을 들었다. 한편은 길을 개방하고 처음 찾아온 사람들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모두 건장한 남자들뿐이라
긴장이 되었다. 어디서 온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말을 하면 소비에트 사람이 아닌 폴란드사람이라는
신분이 노출될까 망설였다. 일행도 루카스의 총을 보자 흠칫 놀랐다.
민스크 교수는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안심하라는 미소와 함께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벨라루스에서 온 민스크 교수입니다. 당신은 누구 입니까?”
순간 루카스는 벨라루스 교수라는 말에 착각을 일으켜 여기가 소련 땅이 아닌 벨라루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은 국적이라면 적대시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숲정이 마을을 찾아온 벨라루스인
부부에게 배운 숲정이의 공통어중에 하나 벨라루스어로 들키지 않게 최대한 짧게 말했다.
“나도 벨라루스 사람이오. 당신들은 누구요.”
하지만 6년 전에 쓰던 기억을 더듬어 한 벨라루스어라 자신이 생각해도 어색했다. 고개만 끄덕일 걸 괜히
대답했다고 후회를 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헤이든이 나서며 물었다.
“반갑습니다. 나는 폴란드 계 독일인이며 이름은 헤이든 입니다. 반갑습니다.”
독일인 이라는 말에 막시가 생각났다. 막시의 말대로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를 했다면 독일의 세상이니
독일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루카스는 금방 자신이 벨라루스 인이라고 말했는데 앞에 네 사람이나
서있다는 압박감에 정신이 없어 독일어로 대답을 하고 말았다.
“나도 폴란드 계 독일인입니다. 당신들은 누구요?”
네 사람은 루카스의 말을 듣고 웃으며 벨라루스인이 말했다.
“하하하. 당신 말을 들으니 독일인도 아니고 벨라루스 인도 아니고 억양이 소비에트 계 사람한테 배운
벨라루스어를 쓰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루카스는 들통이 나자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들의 선한 미소와 웃음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숲정이 정착민한테 배운 말투라는 것이 드러난 이상 더 속일 필요가 없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온 것만
보아도 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루카스이고 유대계 폴란드 사람입니다.”
“오~폴란드에서오신 루카스씨 반갑습니다. 그럼 우리 일행도 소개하지요.”
헤이든은 웃으며 일행을 소개했다.
“나는 의사인데 기자를 하다가 이젠 지질학에 관심이 많아 이분들과 함께 왔습니다.
이분은 소비에트, 여긴 벨라루스, 여긴 우크라이나 분으로 모두 지질학자이며 교수입니다.”
“지질학자? 지질학자가 왜 여기를?”
“예. 우리는 소비에트 정부의 지원 아래 주상절리에 대한 학술 연구와 땅의 토양 등을 살펴보고 ‘오데사 강’
하류가 농사를 짓기에 알맞은 곳인지 알아보려고 지질연구차 왔습니다.”
“예? 오데사 강이요?”
“오데사 강을 아십니까?”
“아닙니다. 어데서 들은 이름 같아서요.”
“아하~ 같은 이름이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 강은 이름이 없어서 이곳을 추천한 우크라이나 사람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 오데사 강입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