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실천에서 지역사회사업의 자리매김
3. 통합 실천에서 지역사회사업의 자리매김
이처럼 사회사업은 개별, 집단, 지역사회사업이라는 방법론을 통합하여 실천할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세 가지 방법이 늘 균형 있게 실천되는 건 아닙니다. 특히 지역사회사업을 ‘주민조직화’라는 특정 방식으로 협소하게 이해하고, 복지관 같은 (지역조직화팀이 별도로 있는) 일부 기관에서만 적용 가능한 실천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사회사업을 좁게 이해하면, 다양한 현장에서 통합 실천의 한 축이 약화됩니다. 그 결과, 실천은 개별·집단사회사업 중심으로 치우치고,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연결이라는 사회사업 본래의 목표가 축소됩니다. 통합 실천의 균형이 무너지면, 사회사업이 지향하는 ‘사람과 사회를 함께 변화시키는 일’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지역 내 문제를 중심으로 갈등을 조직하고, 주민을 강하게 연결하여 공동행동을 만들어가는 방식은 실제로 많은 사회적 변화를 일으켜왔고, 지금도 유의미한 실천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화 방식이 사회사업에서 유일한 지역사회사업 모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조직화는 지금도 어느 현장에서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모든 실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예컨대 병원, 학교, 행정기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들은 주민조직화 전담팀이 없거나, 지역자원을 집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곳이 아니어도 사회사업 현장 대부분은 당사자 문제를 중심으로 실천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곳에서는 (종합사회복지관이 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갈등 기반 조직화’ 방식을 적용하는 일이 실질적으로 어렵습니다. 또한, 이 방식이 현장의 요구에 잘 맞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개별사회사업과 집단사회사업만으로 실천을 제한하는 건 통합 실천의 취지에 어긋납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실천가들이 통합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사업의 이해와 정의를 현장 현실에 들어맞게 다듬을(개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지역사회사업을 단순히 ‘조직화’로 환원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조작적으로 정의하고자 했습니다.
“지역사회사업은 당사자를 중심으로, 그의 둘레 환경을 당사자에게 우호적으로 재조직하는 실천입니다.”
이 정의는 조직화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조직화만을 유일한 틀로 삼지 말자는 제안입니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서 사회사업가는 당사자의 삶이 놓인 맥락을 조율하고, 연결하고, 구성하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떤 현장에서는 제도나 자원을 이어 붙이는 일이고, 어떤 경우에는 ‘관계’란 지지 기반을 지금 처한 상황에 알맞게 다시 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런 실천 역시 당사자의 둘레 환경을 변화시키는 지역사회사업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정의는 통합 실천의 ‘시선을 좁히는’ 대신, 다양한 현장에서 실천이 가능하도록 ‘적용을 넓히고자’ 하는 현실적 선택입니다.
의료 현장처럼 퇴원과 동시에 지원이 끊기기 쉬운 환경에서 활동하는 의료사회복지사 김선형(2024) 선생님 이야기는 이런 정의를 잘 보여줍니다. 퇴원을 거부하는 70대 어르신을 만났을 때, 처음에는 고집이 센 분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생계와 거주 문제, 고립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김 선생님은 병원 외부 자원을 탐색하고 연결했습니다. 모텔 주인에게 부탁해 주소지를 옮기고, 관할 행정복지센터와 협력해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하고 기초연금과 수급을 신청하며, 양로원과 협의해 입주까지 조율했습니다. 보호자가 없고 생계도 막막한 상황 속에서 퇴원 뒤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이 실천은, 의료 현장 안에서 개별사회사업과 지역사회사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 실천이었습니다. 주민을 조직하거나 지역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지만, 당사자의 삶을 중심으로 둘레 환경을 우호적으로 재구성한 지역사회사업이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주간센터처럼 지역사회와 접점이 제한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회사업가 조아름(2025) 선생님 실천도 우리가 재정의한 지역사회사업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선미 님은 노래를 좋아하는 지적 약자입니다. 센터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선미 님 욕구와 강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을 탐색했습니다. 가까운 주민자치회관 노래교실 프로그램에 신청했습니다. 청강부터 시작하며 점차 적응했습니다. 어떤 일에서는 참여자이자 기여자로 자리 잡도록 환경(둘레 사람)을 조정했습니다. 선미 님은 강사님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응원하는 수강생이 되었고, 노래교실 장비 정리를 도우며 역할이 생겼습니다. 어느새 선미 님은 행사에 초대받고, 모두에게 박수를 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실천은 당사자의 일상을 지역사회 속에서 누리며 살아가게 하기 위한 조율과 연결이었습니다. 관계 맺기와 역할 형성을 통해 당사자 둘레 환경을 재조직한 지역사회사업이었습니다.
구청처럼 행정업무와 병행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공무원 사회복지사의 실천 또한 우리가 재정의한 지역사회사업의 좋은 예시가 됩니다. 어느 구청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심재훈(2024) 선생님은 홀몸 어르신 댁을 방문했을 때, 쓰레기로 가득 찬 열악한 주거 환경을 보았습니다. 당사자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칭하며 청소를 거부했지만, 사실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부끄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인정받던 예술가였지만 지금은 사회와 단절되어 있다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심 선생님은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당면 과제에만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가 예술에 대한 깊은 열정을 놓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보며, 이것이 당사자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임을 발견했습니다. 당사자가 단순히 도움을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자기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지역사회와 교류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도왔습니다.
이를 위해 심 선생님은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했습니다. 주거지 청소를 위해 맞춤형복지팀원과 함께 협력했으며, 당사자의 그림을 전시해 지역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작은 전시회도 계획했습니다. 전시회 비용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을 때,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예산에 알맞은 액자 제작 업체를 찾아 비용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런 실천은 주민을 조직하거나 거창한 공동행동을 만들지 않았지만, 당사자의 예술적 재능이라는 강점을 중심으로 둘레 환경(마을과 이웃)을 당사자에게 우호적으로 재구성한 지역사회사업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기존의 협소한 지역사회사업 이해를 넘어, 다양한 실천 현장에서 지역사회사업이 어떻게 통합 실천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개별사회사업, 집단사회사업, 지역사회사업은 분리된 실천이 아닙니다. 실천은 당사자와 지역사회란 삶의 조각이 하나하나 맞닿아 이어지는 조각보와 같습니다. 이를 위해 각 방법을 정형화된 기술로 익히기를 넘어, 사회사업 본질에 비추어 각 현장에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실천이 가능하도록 이해하고 다시 구성합니다. 이는 사회과학으로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학문한 사람의 자세이며, 동시에 현장의 가능성을 넓히는 선택입니다.
이 정의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모든 환경이 쉽게 조정되지 않으며, 일부 공간은 여전히 당사자를 배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들을 떠올리면, 지역사회사업을 이렇게 설명해야 ‘해볼 만하다’고 느끼고,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의는 바로 그런 실천가들을 위한 개념입니다. 여러 현장에서 이렇게 해볼 만했을 때, 각자 맡은 일에서 당사자 중심 환경을 조금씩 재조직해 나가고, 그렇게 쌓인 실천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며, 결국 정책과 제도까지 바꾸어낼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전체가 당사자에게 더 우호적인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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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2024). 환자와 그 가족에게 힘이 되는 사람. 김세진 엮음, 『사회복지사를 소개합니다』. 구슬꿰는실.
심재훈. (2024). 「예술로 만드는 작은 변화」. 부평구 통합사례관리 우수사례 제출 원고, 2024년 11월.
조아름. (2025). 「선미 님 지역사회 주민자치회관 노래교실 지원」. 사회복지사사무소 구슬, 장애인주간센터 사례발표회 발표 원고, 2025년 3월 7일.
첫댓글 오전에 올렸는데, 오후에 더 다듬어 저녁에 수정 원고로 다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