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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술이 ‘중독성 마약’이라는 전제 아래, 그 폐해를 설명하고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자신이 한때 하루에 맥주 9,000cc를 마실 정도로 알콜 중독자였으며, 중독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저자의 이러한 과거가 적어도 ‘중독자’인 독자들에게 설득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시종 거칠고 단정적인 어조로 술의 폐해를 역설하고 있는 내용들이 애주가인 나로서는 크게 공감하기 힘들었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한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들 역시 정말 힘들다고 여겨지는 ‘금주(禁酒)’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장치라고 여겨졌다.
캐나다의 밴쿠버에 1년 정도 머물 때, 애주가인 내가 술을 사려면 다양한 술들만을 진열해서 파는 ‘리쿼스토어(Liquor store)’를 방문해야만 했다. 판매자는 필요할 경우 구매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구매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울러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되어, 반드시 지붕이 있는 실내에서만 마실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적지 않은 국가 혹은 도시에서 술만을 파는 가게가 따로 있는데, 이는 그만큼 술이 관리가 필요한 품목임을 드러내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아마도 그 중독성을 우려해서 까다로운 구입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저자에 의해 개인적으로 인쇄되었다가, 비로소 출판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출판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거쳤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알콜의 폐해를 거듭해서 강조하는 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때 알콜 중독자였다가 그 상황에서 벗어난 저자로서는 몇 사람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알콜이 헤로인과 같은 마약과 다름없다는 전제 이래, 금주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저자 표현대로 ‘중언부언과 메시지의 반복’으로 강조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와 마찬가지로 과거 알콜 중독자였다가, 저자의 책을 읽고 이에서 벗어난 몇몇 사람들의 의견을 ‘독자들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알콜의 폐해를 거듭해서 강조하면서, 술을 마시는 약 80%의 사람들을 ‘잠재적 중독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때 중독자로 살았던 자신의 경험을 책의 곳곳에서 사례로 제시하면서, 그야말로 술은 마약과 다름없는 ‘백해무익’한 존재일 뿐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음주자가 술을 제어할 수 있는 경우는 결코 없다고 덧붙인다. 저자 자신의 경험에 의거해 일단 술을 마시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중독에 이르게 된다는 전제를 거듭 주장할 뿐이다. 그리하여 하루라도 빨리 금주를 해야만 한다는 당위를 거듭해서 주장하고 있다. 아마도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설득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술을 마시는 환경이 동일하지 않고, 또한 사람마다 알콜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애주가를 자처하지만, 한번에 가급적 과도하게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저자의 관점에서 술을 적게 마시려는 ‘노력’ 자체가 술에 의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안주와 그에 걸맞은 술을 즐기는 방식도 있으며, 최근에는 회식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결국 무엇이든 정도가 넘치면 모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의미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물론 과거의 중독에서 벗어난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한 의도만큼은 내용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으며, 역시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내용이 충분히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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