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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학의 교과서’라 칭하는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읽을수록 권력의 향배와 속성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게 된다. 중국의 역사를 훑어보면 뛰어난 능력으로 사람들을 마음을 얻어 제왕이 되었던 인물이 있는가 하면, 물려받은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고조 유방에 의해 통일제국을 건설한 한나라가 왕망에 의해 쇠락하면서, 수도를 옮겨 후한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던 것도 결국 외척과 환관에 위해 휘둘렸던 환제와 영제의 무능력으로 인한 결과라고 하겠다. 나아가 후한의 멸망 역시 외척과 환관이 발호하여 권력을 농단하자, 이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이들을 당인으로 몰아 금고(禁錮)에 처하며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이른바 ‘당고의 화((黨錮之禍)’로 인해 몰락을 재촉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 한동안 우리 정치 현실을 비판하는 용어로 등장하는 ‘십상시(十常侍)’라는 용어가 바로 이들 이 당시 국정을 농단했던 환관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당시의 정치 현실에 불만을 품었던 이들이 각지에서 봉기하였고, 태평도라는 종교를 내세우며 머리에 누런 수건을 쓰고 반란을 일으킨 이른바 '황건적의 난'으로 더 이상 후한의 치세를 이어가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한나라 왕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동탁이 등장하여 권력을 농단하자, 이에 대항하는 인물들이 각지에서 일어나 세력을 다투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위나라의 조조와 촉나라의 유비 그리고 오나라의 손책과 손권 등이 정립해 견제하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바로 이 시대의 정세를 촉의 유비를 중심으로 소설화한 작품이며, 역사가 진수의<삼국지>는 이와 달리 위의 조조를 중심으로 당대의 역사를 정리한 역사서이다. 사마광 역시 <자치통감>을 엮으면서 진수의 <삼국지>를 활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치통감> 5권은 환관이 발호하여 후한이 몰락하던 시기로부터 위나라와 오나라 그리고 촉나라가 정립하던 시기의 역사를 중심으로 기술되고 있다. 이른바 ‘당고의 화’에 관한 상세한 내용들을 전하는 후한시대, 그리고 황건적의 난과 삼국의 정립이 전개되는 ‘삼국시대 1’ 그리고 위나라의 조조가 죽고 그의 아들 조비가 황제로 즉위하는 ‘삼국시대 2’의 앞부분까지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그동안 <삼국지연의>를 통해서 알고 있던 박진감 넘치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시대순으로 당대의 역사를 담담하게 기록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 흐름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물론 ‘삼국시대’의 서술 분량에서 위나라 조조를 다룬 내용이 많고, 조조의 아들 조비가 황제로 등극한 것을 위나라 역사라는 의미의 ‘위기(魏紀)’라고 기록했다는 점 등으로 보아 사마광 역시 위나라를 중심으로 역사를 구성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사마광은 위나라를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한 것에 대한 평을 하면서, 단지 정통론이 아닌 ‘공업의 실질’에 의거해 한나라의 뒤를 이어 위나라와 진나라와 송나라를 거쳐 수나라와 당나라까지 이어졌음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관점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어지는 6권의 내용은 위나라 조조에 이어 촉나라의 유비와 오나라 손권 등이 세상을 떠나고, 삼국으로 정립되었던 중국이 위나라와 진나라로 이어지는 시기의 역사에 집중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특정 사건이나 인물 혹은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던 한나라의 역사에 대해 시대적 흐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개인적으로 최대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방대한 분량임에도 흥미롭게 집중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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