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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존의 문화에서는 인간의 성별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벗어나는 이들을 ‘별종’이라거나 ‘비정상’이라고 치부하면서, 주류의 문화에서 이들을 배제하거나 꺼리는 존재로 여겨왔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생물들은 유전적으로 돌연변이 형상이 존재하듯, 인간의 성별에서도 남성 혹은 여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었다. 다만 기존의 관습에서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남성 혹은 여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제3의 성별’이 엄연히 존재하기에, 그들을 일컬는 ‘성 소수자’들도 동등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당위로 제기되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혹은 개인적 신념으로 인해 ‘제3의 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려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그릇된 신념이나 감정으로 인해 그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나아가 그들의 삶의 조건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은 분명 멈추어야만 한다.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가족과 공동체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쌍둥이로 태어난 아이가 신체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성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트랜스젠더로 인정받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원제는 ‘니콜이 되어가기(Becoming Nicole)’라고 해석될 수 있는데, ‘와이엇이’라는 존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고 수술을 통해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니콜’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일란성 쌍둥이는 성별이나 행동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또한 편견일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쌍둥이로 태어나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와이엇(니콜)과 조너스는 어린 시절부터 성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취향도 명백하게 구별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가족들도 와이엇의 그러한 취향을 존중하고 끝내 그의 정체성에 맞도록 수술을 통해 트랜스젠더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엄마인 켈리는 와이엇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아빠 웨인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방황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와이엇이 원하는 화장실조차 사용할 수 없도록 했으며, 나아가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하며 이를 ‘신의 섭리’를 어긴 것으로 그릇되게 해석하며 행동에 나섰던 이들도 있었다. 21세기 한국에서도 ‘성 소수자’의 권리를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그들을 배제하고 비난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성 소수자’들이 겪는 고통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개인의 신념은 분명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그로 인해서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폭력적으로 사회에서 베재하려는 행동은 결코 인정될 수 없다고 하겠다.
와이엇의 가족들도 그의 정체성을 인정했지만,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으며, 학교라는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 과정에서 와이엇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이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개인의 권리가 침해를 받았다고 여겼기에 와이엇과 가족들은 법적 판단을 받고자 했고, 마침내 승소해서 비슷한 입장에 처한 이들도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의 성 정체성과는 다른 신체적 특징을 온전한 모습으로 바꾸는 수술을 통해서, 와이엇이 비로소 니콜이 되어 앞으로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한국에서도 최근 최근 성 소수자들이 모여서 즐기는 ‘퀴어축제’가 매년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이를 막으려고 시도하는 움직임도 매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그저 ‘틀리다’라고 고집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그릇된 신념으로 인한 행동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때 바람직인 인권 의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와이엇에서 니콜로 바뀌는 과정을 진지하게 추적해서 설명하는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그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성 소수자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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