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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일기 쓰는 인류이며, 일기 중독자’로 소개하는 저자는 13살부터 50년 동안 일기를 썼다고 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쓴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그동안 썼던 일기가 권수로만 150권을 넘겼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자신이 쓴 일기를 기반으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물론 책의 내용은 일기 쓰기를 권장하거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에게 일기 혹은 일기 쓰기란 어떤 의미인가를 조근조근하게 설명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간혹 자신의 과거 일기를 읽으면서, 그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음을 밝히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흥밋거리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일기란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삶의 역정이 고스란히 기록된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열세 살부터 써왔던 비밀일기’를 저자 스스로 ‘거짓되지 않은 마음으로’ 써 온 기록이라고 규정한다. 저자가 굳이 일기를 소재로 한 이러한 내용으로 책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단 한 사람이라도 오래도록 일기를 쓰게 된다면’ 저자에게 가장 큰 기쁨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상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마음먹은 것이 사흘정도에 그친다는 의미의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마음먹은 바를 꾸준히 실천하고, 그것을 결국 자신의 장점으로 삼는 경우도 있음을 이 책의 저자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의도대로 독자들에게 ‘일기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일기 쓰는 인류’가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일단 책의 목차를 보면, 저자의 일기 쓰기의 시작과 역사 그리고 그 내용들을 대충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항목은 ‘일기, 시작은 이러하였다’라는 제목으로 열세 살에 처음으로 ‘천사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음을 밝히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일기 쓰기 숙제가 있었지만, 저자는 학교에 내는 일기와는 별도로 ‘오직 진실만을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비밀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한 습관에 중독되어 50여 년을 꾸준히 일기를 쓰면서, 모아진 분량으로만 150권을 헤아릴 수 있다고 한다. 스무 살 무렵에는 더 이상 ‘천사언니’를 찾이 않게 되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형식의 일기를 ‘변함없이 진실하게 써 나갈 수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일기,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는 항목을 통해서, 과거의 일기를 읽으면서 자신의 살아온 내력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일기, 오래 쓰니 이리 좋더라’는 항목에서는, 오랜 시절 꾸준히 써온 일기를 보면서 마치 ‘내가 주인공인 대하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물론 그 내용은 일기를 쓴 저자 자신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터이지만,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일기의 효용에 대해서 ‘일기, 보태는 이야기’라는 항목을 통해서 소개를 하면서, 마지막 항목에서는 ‘일기, 이렇게 쓸 수도 있다’는 제목으로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일기를 쓰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써왔기에 저자에게는 일기 쓰기가 몸에 익은 습관이 되었겠지만,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저자의 조언대로 어떤 격식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간단한 기록이라도 꾸준히 남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생각해 보니,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 역시 여기저기 썼던 메모들이 적지 않다.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않는 성격인지라, 간혹 무언가를 찾다가 예전에 노트나 다이어리에 썼던 글을 읽을 때가 있다. 지금은 글을 썼던 때가 까마득하여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글을 통해 그 시절의 내 생각을 잠시 더듬어보기도 한다. 굳이 일기는 아니지만, 잊지 않으려고 기록한 ‘비망록(備忘錄)’의 성격을 지닌 글들이라고 하겠다. 몇 년 전부터는 수첩에 독서일지를 꾸준히 기록하기 시작했고, 간단한 일과들이 덧붙여지면서 이제는 10여 권의 분량이 되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다지 소용되는 내용이 아니겠지만, 때로는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지나온 삶을 더듬어볼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딱히 일기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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