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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고려시대의 역사를 만화로 소개하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작업이, 이 책의 출간으로 전체 5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마지막 결과물로 마무리되었다. 고려 초기의 의욕적인 개혁이 시대가 흘러 귀족들의 전횡으로 흐르자, 이에 반발한 무인들이 들고 일어나 무인정권이 한동안 지속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미침 격변하던 동아시아의 정세에 원나라가 중원을 장악하면서, 고려 역시 그러한 시대적 격변에 휩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하겠다. 끝내 대규모로 침입한 원나라에 맞서다가 굴복하여, 역대 왕들이 원나라 왕실의 부마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개혁의 실패와 망국으로의 길’이라는 부제의 5권은 원나라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공민왕의 개혁정책이 끝내 좌절되었고, 우왕과 창왕 그리고 공양왕으로 이어지는 망국으로 치닫는 당대의 역사를 더듬어 소개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권력을 향한 다양한 이들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마침내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이들에 의해 새로운 왕조인 조선이 건국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공민왕이 즉위하기까지의 고려 왕실은 원나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이 부각되었다면, 공민와 사후에는 새로운 왕조 건설을 위한 이성계 일파의 권력 찬탈을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에서 누군가는 죽어서도 충신 혹은 영웅이라는 칭호가 부여되는가 하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이들에게는 간신 혹은 소인배라는 가차없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역사상의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은 결국 권력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포장하는가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조선 건국의 당위성을 조장하기 위해 우왕과 창왕에 대한 과도한 폄하는 역사적 실체와 관계없이, 그들의 실록 편찬을 주관했던 조선 건국 세력들의 주관적인 의견이 과도하게 개입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반드시 가야할 개혁의 길을 외면하는 권력은 끝내 패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고려 후기 역사를 통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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