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매수하다
박선우
고독이 조근조근 수작을 건다
단호한 대답을 했어야 하는데
우유부단한 성격이 문제였다
틈새를 이용해 비집고 들어선
내 몸 안의 악성
먹물 번지듯 조금씩 조금씩
스며 들었으니
온통 늪이다
덫에 걸린 짐승이 자란다
울음은 언제나 파열음
심장이 펄떡거린다
날마다 싸운다
적체된 불면이
몸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내가 사랑한 곳마저
감옥이다
아편처럼 하루가 몽롱하고
알약이 분주하다 새벽이 분분하다
고독은 조근조근 이었자만
우린 불협이다
지금은 결단할 때,
무너지지 않고 길들이겠다
아침 태양 앞에 선다
고독이 온순해진다
춘래 불사춘 (春來不似春)
화장터 나오며 벗꽃에게 물었다
봄이 맞습니까?
표정이 시큰둥하다
훅 꽃잎을 날리는데
우하한 슬픔을 부추기는 것 같다
울분을 삼킨다
허탈과 상실이 뒤엉켜 나무에 기댄다
나무의 목소리가 들린다
죽음은 봄입니까 겨울입니까
병치레 13년이니
죽음도 봄일게다
춘래 불사춘의 중후군을 앓고 있는건
오직 살아있는 나뿐인가
대답처럼 4월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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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봄호,시와사람, 박선우 고독을 매수하다외1편
윤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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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8 09:2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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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윤시인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