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7년 1월, 병자호란으로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했다.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고,
나라를 잃은 백성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그로부터 313년이 지난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다.
북한군은 서울을 점령했고,
전쟁 중 많은 지식인과 백성들이 북으로 끌려갔다.
가족들은 미아리고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병자호란 때는 되넘이고개,
6·25전쟁 때는 미아리고개가 이별과 비극의 장소로 남았다.
시대는 달랐지만,
나라의 위기 속에서
백성들이 겪은 고통은 서로 닮아 있었다.
우리는 이런 일을 두고 데자뷔라고 말한다.
과거에 겪었던 일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지 연구하지 않는다면,
역사를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가던 김상헌은
북한산의 옛 이름인 삼각산을 바라보며
「가노라 삼각산아」라는 시조를 남겼다.
그 시조에 담긴 이별과 통한의 마음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시조를 떠올리며 일영에서 북한산을 바라보았다.
인수봉과 만경대, 백운대가 나란히 보였다.
책에서 읽었던 역사가 실제 풍경과 만나니,
옛사람들이 바라보았을 산과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1956년에 발표된 「단장의 미아리고개」도 마찬가지다.
이 노래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생이별을 겪은 사람들의 아픔을 담고 있다.
작사가 반야월이 전쟁 중 어린 딸을 잃은 경험도
노래의 창작 배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 노래를 어떻게 들어야 할까?
노래를 부르며 과거의 슬픔만 되새기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왜 가족들이 헤어져야 했는지,
왜 지식인들은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역사는 과거에 머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풀어가는 참고서다.
과거의 정보를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그 안에서 원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후손들에게 같은 고통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
인조의 아들 봉림대군이 겪은 역사와
반야월의 노래가 오늘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이면서도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과거의 비극을 얼마나 깊이 연구하고 있는가?
오늘의 지식인들이 이 질문을 붙들고 연구해야 한다.
역사를 기억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원인을 풀고
평화를 만들어갈 지혜를 찾아야 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반복을 알아보고 연구한다면, 다
음 세대에는 다른 역사를 만들 수도 있다.
1956년에 발표된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2026년에 다시 펼쳐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후손들이 언젠가는
이별과 통곡의 노래 대신
평화를 노래할 수 있도록,
오늘 우리가 함께 연구해야 한다.
2026년 10월 13일사회연구원 김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