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는 왜 나한테만 야단치는거야 , 지안이에게는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놔 두면서 "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억울하고 분해서 할머니에게 항변을 하고 있는 말입니다. 이제 겨우 여섯살인 친손녀입니다.
" 지유야 ! 네가 동생 지안이 등을 퍽퍽 때렸으니까 그러니까 할머니가 너한테 얘기하는거야 "
" 내가 방에서 캐리를 보고 있는데 지안이가 방문을 쾅 닫고 나갔짜나 , 그래서 내가 화가나서 그런거란말야, " 할머니를 똑 바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속상함을 주장합니다. " 그래도 누나 네가 그렇게 동생을 힘껏 세게 때리면 안되는거야 , 알았지, 응 지유야 "
할머니와 누나가 안방에서 심각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지안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베란다 창틀을 넘나들고 합니다. 손녀 지유가 누나이고 지안이가 남동생입니다. 누나와 동생이라고 하지만 2012년 1월 06일 06시 30분에 1분 차이로 태여난 이란성 쌍생아입니다. 엄마 아빠가 의사로 근무하는 Y대 의과대학병원에서 고고(呱呱)의 성(聲)을 울린 곳입니다. 며칠 전에는 지안이가 내가 오빠가 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를 합니다. 1분 뒤에 태여나서 동생이 된 것이 녀석에게는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엄마나 아빠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모양입니다. 두 녀석은 잠시도 가만 있지를 않고 수시로 부딫치고 다투면서도 잘 놀고 있습니다. 사내 녀석인 지안이가 먼저 툭툭 건드리고 지유를 자극하기 일쑤입니다. 아직까지는 계집애 지유가 남동생 지안이를 사정없이 때리고 쥐여뜯고 발로도 찹니다. 어른들이 말려도 끝까지 쫓아가서 물어뜯기라도 해야 속이 풀리는 똑손녀입니다. 끝내는 " 지유야 ! 미안해," 동생 지안이가 얼른 두세번 사과를 해도 소용이 없이 막무가내입니다. 지안이 녀석은 할머니와 지유 주위를 뱅뱅 돌다가 다시 뛰쳐나가는가 하면 또 다시 뛰어 넘어 들어옵니다. 안방문은 할머니가 안으로 잠궜으니 베란다로 나가서 창문틀을 넘나드는 것입니다. 거실에는 초등학교 1학년생 외손자와 5학년인 외손녀는 TV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안방에서 사촌동생이 할머니에게 야단을 맞는지 무얼하고 있는지 관심 밖입니다. 4월 마지막 토요일로 하려다 며느리의 학회 일정으로 5월 6일(토) 저녁 여섯시에 온 가족이 회식을 가진 날입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연이어 있으므로 겸사겸사 만났습니다. 딸 사위 외손녀 외손자 며늘애기 아들 친손녀 친손자 그리고 내 아내 모두 열명입니다. 회식을 하는 날은 외손주 친손주들이 할머니집에서 하루밤을 함께 자는 날입니다. 엄마 아빠들은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엄마 아빠 안녕 ! 근데 내일 일찍 오지마 늦게 와 응, 십일밤 자고와 ! " 엄마 아빠와 뽀뽀를 하고 지유 지안이가 큰 소리로 하는 말입니다. 거실과 방을 오가면서 서로가 좋아하는 TV 만화 화면에 빠져듭니다. 지유는 요즘에는 캐리 프로그램을 즐기고 보고 또 보고합니다. 지안이는 한두살 때 보여주었던 디보라는 만화 영상을 지금도 보고싶어 합니다. 밤 열두시가 지나도 잠을 잘 생각은 없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또 보라면서 겨우 달래고 달래서 잠자리에 듭니다. 외손주 윤후 민후는 할머니랑 안방으로 들어가서 잡니다. 지유 지안이는 고모가 결혼 전까지 사용하던 방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자곤합니다. 싱글 침대에 지유 지안이 할아버지가 함께 잠을 청합니다. 두 녀석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눕히면 내 자리는 없습니다. 옆에 의자 두개를 붙여서 하반신을 올리고 상반신만 겨우 침대 귀퉁이에 맡깁니다. 지유는 들어누우면 금방 잠이 들어 꿈나라로 갑니다. 지안이는 할아버지의 자장가 소리를 들으면서 잠자는 것을 좋아합니다. ♪ 자~거라 자 ~거라 ♪ 귀여운 아~가야 ♪ 꽃~속에 잠~ 드는 봄 나비 같이 ♪, " 뜸북 뜸북 뜨음북새 논에서 울고 빠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실제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두세번 계속 부르면서 토닥 토닥 두드려 주노라면 어느새 잠이들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