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튜 립맨(Matthew Lipman)이 개발한 철학적 탐구공동체(Community of Philosophical Inquiry, CPI) 수업 모형에서는, 학생들이 텍스트를 읽고 질문을 제기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고를 확장해 가는 과정을 ‘탐구 수준’으로 구분해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탐구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명명과 단계 구분은 학자나 번역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탐구1수준에서 탐구4수준으로 갈수록 사고의 깊이와 반성적·철학적 성찰이 심화된다고 봅니다. 아래는 국내외 연구에서 흔히 제시되는 립맨의 철학적 탐구공동체 수업 모형을 4단계로 간략히 정리한 예시입니다.
탐구1수준: 문제 인식과 질문 제기
- 학생들은 철학 동화나 서사적 텍스트(립맨의 『Harry Stottlemeier’s Discovery』, 『Lisa』 등) 또는 실제 사례를 읽거나 접하면서, 스스로 흥미롭거나 의문이 드는 부분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 주로 이야기 속 등장인물, 사건, 개념들에 대해 “왜 그랬을까?” “무슨 의미일까?” 같은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텍스트에 대한 **직관적 반응(느낌, 감정, 인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문제나 쟁점을 발견하는 데 집중합니다.
- 아직 개념 정교화나 논리적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질문의 범위나 명확성이 다소 모호할 수도 있습니다.
- **“무엇이 궁금한가?”**를 스스로 찾고, 문제의식을 형성한다.
-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공유하며, 공동체 안에서 탐구의 출발점을 마련한다.
탐구2수준: 개념 분석과 의미 확장
- 탐구1수준에서 제기된 다양한 질문들 중에서 가치·개념·도덕·정의 등에 관련된 ‘철학적 문제’를 골라 좀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 교사는 학생들이 너무 단순하거나 사실 확인만 필요한 질문에서 벗어나, **“왜?” “어떻게?”**와 같은 보다 본질적인 물음을 다듬도록 안내합니다.
- “용서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행복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지는가?”처럼, 철학적·도덕적 개념을 함께 정의하거나 비교·구분하려는 시도가 일어납니다.
- 학생들은 상호 간에 다양한 예시, 반례를 제시하고, “만약 이런 경우에는?”과 같은 방식으로 개념의 경계와 함의를 넓혀 갑니다.
- 철학적 질문을 명확히 다듬고, 주요 개념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공동체 차원의 인지적·언어적 토대를 마련한다.
- 근거를 요구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타당성 검토 능력을 키운다.
탐구3수준: 논리적·비판적 사고 및 추론 심화
- 특정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근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반론이 활발하게 오간다.
- 학생들은 서로의 주장에 대해 “그것은 어떤 근거에 기초하는가?”, “다른 결론이 가능한가?”를 질문하며 논증 구조를 확인한다.
- 귀납, 연역, 유추 등 다양한 추론 방식을 자연스럽게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거나 상대방 의견을 평가한다.
- 논리적 오류(예: 인신공격, 성급한 일반화 등)가 발생했을 때 이를 찾아내고 수정하려는 시도가 일어난다.
- 자신이 세운 가설이나 입장을 논리적으로 방어하고, 동시에 다른 관점을 수용·비판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기른다.
- 판단을 내릴 때 근거 기반의 사고와 상호 존중하는 대화 태도를 습득한다.
탐구4수준: 메타인지와 철학적 성찰
- 여기서는 학생들이 “우리는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나?”, “과연 이 결론은 우리가 인정할 만한가?”와 같은 메타인지적 질문을 던지며, 토론 과정 자체를 돌아본다.
- “이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전체적인 탐구 구조나 적용된 철학 이론을 반추한다.
- 보다 정의, 도덕, 인간성, 세계관과 같이 근원적이고 통합적인 주제로 이어지면서, 탐구의 폭이 확장된다.
- 학생들은 철학적 문제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고, 일관된 세계관을 정립해 가는 동시에, 여전히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다.
- 사고 수준을 넘어 **‘사고에 대한 사고(메타인지)’**를 함양함으로써, 스스로의 입장이나 가치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수립한다.
- 궁극적으로, “왜 이것이 옳다고 여겨지는가?” “이 문제는 어떤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가?” 같은 철학적 성찰 능력과 토론 문화를 완성도 높게 체득한다.
정리하자면
- 탐구1수준: 흥미, 호기심, 문제 제기 중심 (질문 발견)
- 탐구2수준: 개념 분석, 의미 확장 (핵심 개념 정교화)
- 탐구3수준: 논리적 검토와 근거 제시 (비판적·논리적 사고 심화)
- 탐구4수준: 메타인지, 자기 성찰, 가치·윤리 등에 대한 통합적 논의 (철학적 성찰)
이러한 4단계 탐구 수준은 학생들이 보다 깊은 차원으로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단계별 목표와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며, 실제 수업에서는 엄격히 구분하기보다 상황과 학습자 특성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용된다. 궁극적으로, 립맨이 말하는 “철학적 탐구공동체”는 학생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질문하고 사고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주장과 가치관을 존중·검토·조정하는 과정 전체를 통해 비판적·창의적·윤리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 목적이 있다.
[탐구 수준주요 특징대표적 활동학습 목표 표 정리]
탐구1수준 (문제 인식과 질문 제기) | - 철학 동화·텍스트·사례 등을 통해 문제 의식을 형성. - 직관적 반응(느낌, 감정, 인상) 공유와 기초적 질문 제기. - ‘왜 그랬을까?’, ‘무슨 의미일까?’ 같은 호기심 중심. | - 텍스트(또는 영상) 읽고 감상 나누기 - 자유로운 질문 작성 - 가장 흥미로운 질문 골라보기 | -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흥미롭거나 의문이 드는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 발달. - 학생 스스로의 문제 의식 발견. |
탐구2수준 (개념 분석과 의미 확장) | - 탐구1수준에서 나온 질문 중 핵심 쟁점을 선정하여 심화. - ‘공정함’·‘정의’·‘행복’ 같은 철학적·도덕적 개념을 분석. - 예시와 반례를 통한 개념의 의미 확장. | - “~란 무엇인가?” 개념 정의 토론 - 사례 비교·구분(반례 제시) - 개념 간 연관성 찾기 | - 개념의 경계와 함의를 넓히며, 중요한 가치를 명확히 인식. - 근거 제시와 반론을 통해 기초적 비판적 사고 함양. |
탐구3수준 (논리적·비판적 사고 및 추론 심화) | - 귀납, 연역, 유추 등 추론 방식 적극 활용. - **논증 구조(근거-주장-결론)**를 체계적으로 다루며 논리 오류 식별. - 주장과 반론이 주고받는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됨. | - 논증(Argument) 작성·분석 - 다양한 견해에 대한 근거 비교 - 논리적 오류 찾기 (성급한 일반화 등) | - 근거 기반의 의사소통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 강화. - 자신의 입장을 방어·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합리적 사고 습득. |
탐구4수준 (메타인지와 철학적 성찰) | - 자신의 사고 과정을 돌아보는 메타인지 활동. -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했나?”, “새로운 관점은 없을까?”와 같은 반성적 질문 중심. - 가치·윤리·세계관 등 근원적 통합을 모색. | - 토론 과정 자체 평가(무엇이 부족했나?) - 서로 다른 철학 이론 대조 및 성찰 - 복합적인 윤리·사회 문제 해결 시나리오 | - 자기 성찰과 사고 조정 능력 향상. - 정의·도덕·인간관 등에 대한 심층적 통찰과 세계관 형성. - 토론 및 탐구를 지속적으로 재평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태도 함양. |
위 표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적 구성이며, 실제 수업 현장에서는 학습자 연령과 주제 특성에 따라 단계를 엄격히 구분하기보다는 융통성 있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