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종계변무 활동
조선 태조 이성계의 종계(宗系)가 명나라 《대명회전》 등 여러 서적에 고려 말의 역신 이인임의 후손으로 잘못 기록된 사실을 알고 난 뒤 조선 조정에서는 명나라에 사신을 파견할 때마다 이를 정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앞서 성수익이 정사로 파견된 사신단도 명목은 동지사였지만, 실제로는 종계변무에 큰 공을 들인 것처럼 배삼익의 진사사 일행도 암암리에 종계변무를 위해 활동했고, 마침내 큰 성과를 얻었다. 6월 15일, 6월 24일, 7월 6일 일기에 이와 관련된 기록이 들어있고, 마침내 7월 7일 자 일기에는 조선 태조의 종계가 들어있는 《대명회전》 개정판 해당 부분을 등서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이후 책이 완성되면 명나라 관리에게 그 책을 조선으로 싣고 가서 먼저 알리도록 하겠다는 황제의 칙유까지 받았다.
황제가 조선 국왕 이(李) [휘(諱)에게 칙유하노라. 너희의 조상(姓諱)이 오랫동안 불미한 오명을 쓰고 있다며, 그 점을 밝게 씻기 위해 여러 번 간청하였다. 새로 편찬하는 《대명회전》 안에는 상세히 기재할 것을 이미 윤허하였으나, 편집에 순서가 있으므로 아직도 완성을 못하고 있다. 지금 너희들이 이전에 청한 것을 거듭 신청하므로 특별히 사관으로 하여금 초록(抄錄)하여 알려주노라. … 책이 완성되어 어람(御覽)을 위해 올리고, 또 책을 반포하는 날을 기다려, 관리를 차임하고 책을 그대들의 나라로 싣고 가서, 먼저 그대들에게 알리도록 하겠다.
위의 인용문 중에서 생략된 부분에는 태조 이성계의 상세한 계보와 역신 이인임의 계보 및 만행을 밝혀 조선 조정에서는 대대로 억울하게 여겨오던 부분을 황제의 칙유로 명쾌하게 해결해주었다. 심지어 황제가 하사한 망룡의(蟒龍衣)와 채단(綵段) 4 표리(表裏)라는 망외의 포상까지 갖고 왔으므로, 선조는 매우 기뻐하며 정사 배삼익에게는 자신이 타던 내구마(內廏馬) 한 필과 서장관 원사안에게는 망아지 1필을 상으로 내렸다.
《국역 배삼익 조천록》 p28 ~ 29, 김영문(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국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