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유로 꽃을 피운
한국 문학의 평행이론. 문학 비평가, 채수영 시인을 조명하다
이다겸
1. 들어가며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람의 운명이 같은 식으로 번복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예를 들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모두 다른 개성으로 살아갈지라도 삶과 죽음이라는 도정(道程)에서는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라고 채수영 시인은 말한다. 대상과 대상을 연결하여 일체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詩다. 자기화의 방법론으로 개성을 표출하고 생동감 있게 시향을 담아내는 것 또한 시인이 할 일이다.
2. 채수영(1942~2021) 연보
1942년 인천에서 출생
1965년 동국대학 국문과 졸업
1978년 월간문학 시‘오르페우스의 거울’로 등단
1984년 예술계 평론 부문 신인상에 ‘시의 거리론’이 당선,
1987년 경기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취득
-신흥대 문예창작과 교수역임, 한국문학비평가협회 회장, 고문
-시집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가을 동화』 등 45권
-저서 『한국문학의 평행이론』,『한국문학의 주류변화』등 27권
-수필집 『마음의 지도』,『라면 사회학과 3분 사상』 등 8권
-전집 『채수영 전집 38권』
2021년 10월 31일 영면
∎수상
-시와 의식 문학상(1990)
- 예술문학상, 조국 문학상, 비평문학상(1994) 외 다수
2021년 10월 3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문학신문 논설위원과 (월간)한국국보문학 상임고문을 맡고, 한국문학비평가협회를 만들어 1978년부터 2021년까지 왕성한 시작 활동과 비평을 해온 시인 겸 문학 평론가이다.
채수영 시집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에는 보통 시집과는 달리 2020년에 발간된 한 권의 시집에 제11부로 구성된 총 250편을 담아 놓았다.
시집 서문에는 “마지막 숙제처럼” 전집 36권을 출간한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작업이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 했지만 결국 도로(徒勞)에 그치는 허망을 바라본다. 그동안 혼신의 열정을 쏟다 글과 살았다. 여한 없이 썼고 또 시와 더불어 살았다.
이제 돌아보는 길이 아슬하지만 짧은 앞날을 생각하면 얼마나 더 열정을 쏟을 것인가를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에 내 심명을 다 할 것-이것이 내 삶의 마지막 숙제로 여길 것이다. 집필 순서로 편집했고 지금까지 6460편을 썼다.
서문 전문 ¹⁾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 3페이지)
3. 작품 세계 「걱정⌟,「자연을 노래한 이유⌟,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 ‘제1부 기억 재생’
날마다 걱정을 쌓고 산다/ 신문을 펴면 분노가 파도이고/
돌아보면 내 모순에 걱정이고/ 살아가는 일/
아픔보다 짙은 안개 숲/ 실타래 풀리는/
내 손녀의 뜨개질에는/ 풀려나는 질서/ 따스함이 목을 감싸네//
살아있어 헝클어지는/ 무리무리 아니면 /
풀렸다 다시 감기는/ 반복이 어지럽지만/
그사이 노래를 부르는/ 가락이 없다면 /
이 무엇일까/ 이 무슨 노릇일까//
- 채수영 「걱정 ⌟전문 ²⁾
신문은 중요한 정보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해 신문 읽는 방식이 변화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복잡한 감정과 내면의 갈등을 시로 표출하고 있다. 첫 부분 ‘걱정’과 ‘분노’‘모순’과‘’안개‘는 사회의 혼란스러움과 현실에 대한 불안과 고뇌를 하고 있는 자신을 상징하고 있다. 손녀의 뜨개질은 대조적으로 따뜻함과 ’풀려나는 질서‘를 보면서 정신적인 안정감과 안개 속에서 위안이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실 그대로 전달되지 못함은 신문사마다 추구하는 바와 입지 강화를 위해 편집되어 독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시 헝클어지는 삶은, 삶의 의미나 기쁨을 찾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시는 개인의 감정과 사회적 현실을 바라본 시각, 그 속에서 찾는 위안과 안정에 대한 노력을 담고 있으며, 복잡한 삶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고민이 보인다. 신문과 손녀의 뜨개질을 비유함은 시적 화자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상을 신문이 담아내지 못함에 아쉬움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시적 대상을 신문에서 뜨개질하는 손녀로 시선을 옮기면서 역으로 실타래가 풀리는 것을 보면서 신문과 실타래 관계를 연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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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수영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 도서출판국보 3쪽
2) 채수영 위의 책, 17쪽
독자들 사유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가락이 없다면/이 무엇일까/ 이 무슨 노릇일까/ 마지막 문장은 예술과 삶, 사람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의미를 철학적인 질문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 ‘제6부 민주주의와 낚시론’
거기 고향이 있어/ 찾아가는 이유가 있네/
실마리 강으로 풀리면/ 건넛마을 인적들이/
물길 따라 살아가는/ 길을 아슬히도 멀리 뻗어 있는데/
마음이야 따스함으로 적셔진/노래는 그냥 나오는 사연/
연기 오르는 들판으로/ 머물지 못하는 향기들이/
가는 줄기로 지나가는/ 길이 윤나는 햇살을 데리고/
날마다 손짓처럼/ 다정도 따스해서 넘치는/
노래는 중심을 잡아/ 작정 없이 흐르고 거기/
사람들이 오종종 살고 있네//
- 채수영 「자연을 노래한 이유⌟ 전문 ³⁾
고향은 모든 자연 속에 있다. 시적 화자는 고향의 정서를 깊이 담아내려고 한다. ‘실마리 강‘은 현재를 포함한 과거 그리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상징한다. ’건넛마을 인적들‘은 삶의 연속성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생명력의 존재를 나타내는 ’물길 따라 살아가는 길‘은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자연과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하는 의미를 말하고 있다. 물길 없이는 삶을 영위할 수가 없다.
’마음이야 따스함으로 적셔진 노래‘는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정서, 감정의 교감을 예술로 표출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연기 오르는 들판‘ 은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로움이 펼쳐지고 시적 화자의 경험이 담겨있다. ’가는 줄기‘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동반된 삶의 여정을 그려 볼 수 있다. ’윤나는 햇살‘,’손짓처럼 다정도 따스해서‘ 는 희망과 긍정, 인간이 살아가는 관계의 따뜻함을 고향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간, 고향의 편안함, 고향을 찾는 여정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마음 따뜻함이 전해오는 시다.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 ‘표제작’
하늘 깊이를 뒤집으면/ 바다가 되는 이치에서/
물고기는 바다에 살지 않고/ 빈 하늘을 두드리는 일로/
땀을 흘리는 소리가 곱다//
몇 억년을 날아가면/ 그런 뒤집히는 이치가/
당연하다고 우길 것인지/ 지금도 하늘을 두드리는/
물고기의 피 흘리는 연주는/ 무슨 깨달음을 전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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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채수영 앞의 책, 146쪽
하긴 땅이나 바다 깊이나/ 뒤집어 놓고 보면/
모두 같다는 것을/ 부처는 어찌 알고/
하늘을 바다로 바꾸어/ 종을 치는 깨달음을 물고기에게/
임무를 맞기고 있을까//
- 채수영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 전문 ⁴⁾
시인의 시집 표제작 ’물고기가 두드리는 종소리‘이다. 제4부 속에 담긴 위 시는 우주는 하늘, 바다, 땅이 하나로 이루어져 있음을 말한다. 하늘과 바닷물고기가 땅에서 ’빈 하늘을 두드리는 것‘ ’피 흘리는 연주‘ ’깨달음‘은 현실과 이상의 틈, 존재와 인식의 관계, 고통과 희생, 즉 존재의 본질과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생각하게 한다
시적 화자는 부처를 통해 자연과 우주의 통일성을, 하늘과 바닷물고기(해양생물)와 인간(지구의 생태적 존재)의 역할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역할은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필수적인 깊은 관계임을 말하고 있다. 하늘과 바닷물고기와 인간은 상징과 은유로 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땀을 흘리는 소리‘는 희생과 노력을 의미하고 물고기의 연주는 완전한 세상으로 오지 못한 현실에서 깨달음으로 전이시키고 있다. 물고기가 하늘을 두드리는 모습은 바다에 살아야 할 물고기가 현실의 경계를 초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땅이나 바다 깊이나/ 뒤집어 놓고 보면/ 모두 같다‘/ 라고 하는 것은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즉,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깊은 철학을 담고 있다. 삶의 진리를 탐구해 가는 과정을 시적 화자는 물고기와 사람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면서 인류가 올바른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회적으로 알려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깨달음을 찾아가는 과정, 모든 존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한다. 자연과 우주가 소통의 장이 되어 모두가 편안한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시적 화자의 마음을 담았다.
4. 나가며~ 시인의 삶과 문학
이상기 평론가는 ”채수영 시인의 시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채수영 시인이 쌓아놓은 시적 분량과 업적에 감당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그의 시를 다 읽고 해석하고 분석하여 시평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했다.
김봉군 문학평론가는 ”대학에서 퇴임한 채수영 교수는 경기도 이천에서 「문사원(文
士苑)」을 짓고, 그곳을 「오골성(傲骨城)」이라 명명했다. 티끌세상의 명리에 오연히 맞서겠다는 이름이었다. 문학박사 채수영 교수, 그는 이 땅 최다작의 기록을 남긴 시인으로 문학사에 남게 되었다. 세상 나이로 80 고개를 넘었다. 인간 채수영은 한세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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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채수영 앞의 책, 92쪽
알찬 결실을 거두셨다. 시비도 셋이나 세우고 가셨다“ 라고 했다.
지상의 숙제를 다했습니다/ 밀린 것이 없이/ 홀가분한 마음이 가벼워 /
잠이 들 수 있습니다/ 태평스러운 표정으로 만나야 할/내일은 선생님 앞에/
발길이 당당한 등교일 겁니다//
내 만족은 내가 만드는 노력이라/가볍고 무거움조차 사라진/
다가올 아침은 훨씬 가볍고/ 빛나는 얼굴로 나아갈/ 당당이 의젓한 학생/
할 일을 다한 가벼운 마음에 /만나야 할 얼굴들 하나하나를 /
그림으로 그려서 긴 강을 건넌/ 이야기를 전하려 하네 //
채수영 「숙제를 다했습니다」 ⁵⁾
위 시 ’숙제를 다했습니다‘ 는 2021년 3월 10일 쓴 시다. 의식이 있는 날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는 채수영 시인은 우주에 생존하고 있는 것들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랑하면서 사는 법을 후세들에게 시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진정한 작가로서의 사명을 다하셨음에 존경하는 마음과 감사함을 표한다.
”의식의 문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려는 모험이 결핍된 한국시는 사회문제를 위시해서보다 적극적인 발성이 필요하다면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라고 한 채수영 시인을 기억함은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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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국보문학』 2021년12월호 채수영 문학비평가 추모글 중 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