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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곳보다 더 오지인 영양으로 이사 가신
육잠스님 계신곳으로 출발!
스님은 10월 단풍이 곱게 물들 때 놀러 오라했는데
동진과 장유에 사는 지인은 빨리 찾아가고 싶어 길을 떠납니다.
그곳에 가서 머루.다래 먹고, 송이도 딸 생각에 군침이 돌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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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애샘 집애서 바라본 풍경
영양은 오지중에 오지입니다.
스님댁에 들르기 전에 올해 귀농한 글벗이 있어
청기면 토구리 민애샘 집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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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위에 멋진 집을 짓고 주변에 고추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우린 귀촌3년 차인데 확실히 마음 단단히 준비해 온 민애샘 부부는
벌써 농사꾼이 다 되어 있었습니다.
집짓기도 바빳을텐데, 힘들다는 고추농사까지 잘 지어놓고
농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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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쑥차를 한잔 하며, 귀농생활의 희노애락을 털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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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우체통과 쇠비름과 풀을 먹는다는 순둥이 개 바람이가 인상적입니다.
민애샘 부부와 함께 스님댁으로 향합니다.
우리는 두 번째 방문이라 크게 놀라지 않는데
마을과 떨어진 곳에서 한참을 우거진 밀림속같은 산길을 차로 올라가야되니
처음 가는 민애샘은 놀라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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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밖 전쟁이 나도 평화로울 것 같은 장소.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산새와 산짐승 신선들이 노닐 것 같은 곳!
스님은 그곳에 새터전을 마련해 자연과 벗하며 지내고 계셨습니다.
어찌나 정갈하고 소박한지 모든 것이 자연과 일치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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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을 올려 예술가의 머리스타일을 한 산골표 화장실.
작은 텃밭과 나팔꽃을 올린 자그마한 화장실과
소박한 8평 집과 창고.
손수 스님이 지으신 작품이지요.
잡목과 풀이 우거진 무성한 숲같은 곳을 직접 다져
이사온지 1년이 좀 넘으셨는데 주변은 스님의 손길로 정갈해지고
예술적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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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사(뿔이난아이)와 노스님' - 집을 지으시다 나온 나무와 돌을 이용한 스님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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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천지를 닮은 돌을 마루 귀퉁이 소품으로 놓고 물을 넣어주고 부추꽃을 띄워놓으심
스님께서 텃밭에서 가꾼 오이와 부추 깻잎을 맛나게 무쳐 놓으시고
구수한 된장국을 끓이고 옥수수를 넣어 밥을 지으시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뎁혀 우리를 맞아주셨습니다.
스님은 마루에 앉아 그저그렇게 몇시간씩 앉아 있는 시간이 가장 평화롭다고 하셨습니다.
그 깊은 골짜기에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고, 그렇게 볕바라기 하며 앉아 있으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욕심, 갈등도 사라지고 자연과의 소통은 더 깊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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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그렇게 저녁을 먹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무언가 잃어버린 정서를 찾은 포근함에 젖어들었습니다.
따뜻한 온돌방에 한지로 벽과 바닥이 발라진, 그리고 창호지 문,
밖에는 반딧불이와 온갖 벌레들이 춤추며 노래하고, 소쩍새가 웁니다.
어린시절 옛집에서 자는 잠처럼 포근했습니다.
두 번째 날, 스님은 영양은 아름다운 곳이 많다며 여행가이드를 하시겠다고 하십니다.
맑은 무국과 된장찌개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어찌 그리 맛있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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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으면 사과밭이 바로 보여 맛있는 사과 몇 개 싸 들고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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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머루가 보여 한 주먹씩 따 먹으며 귀한 추억에 입안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