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역(正易)의 '수조남천(水潮南天) 수석북지(水汐北地)'가 암시하는 경고
탄허(呑虛) 스님은 유교, 불교, 도교, 주역을 두루 회통하신 대강사(大講師)였다. 스님이 진정한 선지식(善知識)이라는 사실은 『탄허록(呑虛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탄허록』은 스님이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니라, 불제자들이 스님을 모시며 보고 들은 일화를 기록한 문헌이다.
당초 유학자였던 탄허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한암 스님을 만난 후 출가의 길을 걸었다. 한암 스님은 그의 남다른 학문적 깊이를 간파하고,『화엄경』번역을 권유했다. 이에 탄허 스님은 매일 인(寅)시 에 일어나 10년 동안 방대한 합본 원고를 번역해 냄으로써 불교계를 경악게 했다.
『탄허록』에 따르면, 스님은 주역의 역학 이론을 바탕으로 수많은 예언을 남겼으며 이는 대부분 적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탄허 스님은 『정역(正易)에 근거하여 지구의 미래에 대한 파격적인 예언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23도 7분가량 기울어진 지구의 축이 바로 서는 날을 후천개벽일(後天開闢日)이라 한다. 마치 여성이 초경(초조)을 치른 이후 신체적 변화를 겪듯, 지구 역시 대전환을 거친 뒤 성숙해지는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가 바로 후천이다. 후천이 도래하면 윤달이 사라지고 극심한 추위와 더위가 없어지며 지구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가 바로 서면서 북극 빙하가 융해되어 일본 영토의 3분의 2가 침몰하고, 우리나라도 동해안 사방 100리 가량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언했다. 대신 서쪽이 융기하면서 한반도의 영토는 약 2배 이상 확장될 것이라 보았다. 탄허 스님은 이 후천개벽으로 인해 지구 인구의 60~70%가 소멸하는 비극이 발생하더라도, 한반도는 지구의 주축 부근에 위치하여 가장 피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후천 세계의 전개와 함께 세계의 지도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러한 사상의 근간이 되는『정역(正易)의 이론을 정립한 이는 김일부(金一夫) 선생이다. 김일부 선생은 기존의 역학, 즉 복희·문왕 팔괘가 대립과 갈등, 불균형이 내재된 '선천(先天)'의 역이었다면, 정역 팔괘는 음양이 완전히 조화되는 이상적인 '후천(後天)'의 바른 역이라고 설파했다.
즉, 선천역에서 기울어져 있던 천지(하늘과 땅)의 축과 방위가 바로잡혀 건(乾)과 곤(坤)이 제자리를 찾음으로써 천하의 올바른 윤리와 질서가 세워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주 만물의 변화를 이끄는 금(金)과 화(火)의 상극적 모순을 극복하고, 이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일원 운행이 정상화될 것임을 피력하고 있다.
김일부 선생의 정역 사상에서 유독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수조남천(水潮南天) 수석북지(水汐北地)"이다. 이를 직역하면 "밀물은 남쪽 하늘에 모이고, 썰물은 북쪽 땅에서 빠진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단순한 해양 조수 현상을 넘어,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대개벽기의 지구 질서 변화와 천지 기운의 대전환을 뜻한다. 북극의 빙하가 융해되어 수승화강(水昇火降)의 대전환이 이뤄질 때 지구의 축과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는 의미다.
즉, 북방을 상징하는 북극(북쪽 땅, 北地)의 빙하가 녹아내려(수석북지) 남쪽인 적도 및 남반구(남쪽 하늘, 南天) 쪽으로 물이 몰려드는 현상(수조남천)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우주의 주기에 따라 지구 북방의 찬 물 기운이 녹아 남쪽으로 흘러가며, 천지의 기운과 지구 환경이 상극에서 상생의 질서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대개벽의 이치를 역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발생한 네팔의 대참사는 히말라야산맥의 빙하 붕괴로 인한 대홍수 재앙이다. 이를 『정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단순한 국지적 기후 이상이나 우연한 자연재해를 넘어 지구 우주 질서가 선천에서 후천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지구적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수석북지(북쪽 땅에서 물이 녹아내린다)"의 이치와 같이, 오랫동안 북극과 고산준령에 꽁꽁 얼어붙어 있던 극음(極陰)의 수(水) 기운이 지구 온난화와 우주 기운의 변화 속에서 본격적으로 해체되어 녹아내리고 있으며, 여기에 인간의 인공적 물리적 자극이 가해져 가속화된 격이다. 『정역』의 이론에 빗대어 보면, 고정되어 있던 지구의 수기와 물길 에너지가 대대적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진통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기후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크지만, 거시적인 역학적 차원에서는 천지 기운이 대대적으로 요동치는 개벽의 때에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뼈저린 경고를 던지는 사건이기도 하다. 즉, 상극의 물길이 범람하는 아픔을 딛고, 만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후천 상생의 질서로 시급히 의식과 문명을 전환해야 함을 촉구하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금에 자주 거론되는 중국의 초대형 인공 구조물인 삼협댐(三峽댐)의 붕괴 가능성은 매우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만약 삼협댐이 붕괴될 경우 그로 인한 대재앙은 현대 인류가 직면한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 잠재적 재앙을 『정역』의 우주 변화 원리와 탄허 스님의 지오폴리틱스(지리정치학적) 통찰에 빗대어 깊이 있게 해석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탄허 스님의 역학적 사상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인위적 물길의 한계를 직시하고, 천지가 스스로 조화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질서를 중시한다. 삼협댐처럼 양자강의 거대한 자연 수로를 인위적으로 막아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 호수를 만드는 것은 선천 시대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던 극단적 물질문명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를 자연스러운 수로의 흐름으로 되돌리는 것이 『정역』의 이치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인공 대형 댐 의존에서 탈피하여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거대 토목 중심의 개발을 자제하고, 자연스러운 수로와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문명의 궤도를 선회해야 한다. 이미 건설되어 철거가 불가능한 시설의 경우에는 초국적 조기 경보 및 공조 체계를 수립하여, 대형 재난에 대비한 인접국 간의 투명한 정보 공유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