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삶 쓰기 (2) 9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김광규)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가지고 되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 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
철 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값이 또 오르고
매연이 눈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크낙산의 마음>(1986)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비판적
어조 :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목소리
제재 : 손수 운전자. 자동차
주제 :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 추구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현대인의 물질 문명을 대표하는 자동차를 소재로 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며 물질에 얽매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 같은 근원적인 소중한 가치를 잃고 생활하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보이고 있다. 물질 문명은 인간이 보다 편리한 생활을 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데, 도리어 그것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전체 26행으로 되어 있는 이 시는 1-8행까지에서 현대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를 장만한 너의 모습을 대견스러움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9-23행에서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대상을 소홀히 하면서 이웃과 주변에 대한 무관심을 염려하는 마음과 건강한 삶과 사회적인 삶을 잃고 현대 물질문명의 편리함과 속도감에 길들여져 가는 너의 모습에서 혼자 보내는 삶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으며 24-26행에서는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져 진지한 삶을 멀리하는 너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 소개
김광규(金光圭 1941- ) 시인.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독문과 졸업.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 한양대 독문과 교수. 자연에 대한 투명하고 지적인 서정과, 우리를 억압하는 문명과 조직 사회에 대한 비판을 기조로 하는 그의 시들은 특이한 정서와 일상적 시어. 교양시적(敎養詩的)인 문맥으로 우리 시단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1981년 제1회 녹원문학상 수상. 1981년 제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1984년 제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으로는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 <반달곰에게>(1981), <아니다 그렇지 않다>(1983), <크낙산의 마음>(1986), <좀팽이처럼>(1988), <아니리>(1990), <물길>(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