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甖賦 幷序
이규보(李奎報)
予蓄瓦甖한데 以酒不渝味로 甚珍而愛之하고 且有所况하여 爲賦以興之라
내가 질항아리 하나를 가졌는데, 술맛이 변치 않으므로 매우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 또 내 마음에 스스로 비기는 바가 있어서 부를 지어 흥겨워하노라.
我有小甖은 非鍛非鑄요
火與土以相熬하여 落埏埴而乃就라
頸癭腹膰하고 觜侔笙味한데
譬之瓴則無耳(有耳曰瓴)하고
謂之甀則摦口(瓦甖小口曰甀)라
내가 가진 질항아리는 무쇠도 아니고, 놋쇠도 아니요
불로 흙을 구워 골[型]에 넣어 만들어진 것.
목에는 혹[瘤], 배는 불룩 주둥이는 젓대 아가리 비슷한데
주전자에 비하면 손잡이가 없고(손잡이가 있으면 령(瓴)이라 한다.)
병이라 하자니 아가리가 퍼졌네(질그릇 단지 중에 주둥이가 작은 것을 추(甀)라 한다.)
* 연식(埏埴): 도자기(陶瓷器)의 원료(原料)로 쓰는 흙을 개는 일.
不磨而光하여 如漆之黝하니
何金皿之是珍가 雖瓦器其不陋라
適重輕以得宜하여 合提挈於一手하고
價甚賤而易求하니 雖破碎其曷咎아
갈지 않아도 번들번들하여 옻칠 한 듯 새까마니.
어찌 금 접시가 소중할까! 질그릇이지만 수수하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한 손으로 들기 알맞고,
값이 싸 구하기 쉬우니, 비록 깨진들 어찌 원망하겠는가?
盛酒幾何오 未盈一斗라
滿輒斯罄하고 虛則復受하되
由陶熟而且精故로 不淪而不漏하고
由旁通而不咽하여 能出納乎醇酎라
由能出故로 不傾不覆하고
由能納故로 貯酒斯續하여
顧一生之攸盛하니 羗 難筭其幾斛이로다
술을 얼마나 담는가? 기껏 한 말도 못 차네.
차면 이내 비워지고 비면 다시 받되
질[陶]이 잘 익고 정밀하다. 그러므로 젖거나 새지 않고,
아가리가 옆으로 트이어 술술 나오매,
진국 술을 제법 내고 들이네.
곧잘 내기 때문에 기울거나 엎어지지 않고
곧잘 들이므로 술이 연방 저축되어,
한평생에 담은 것을 돌아보니, 몇 섬인지 셀 수 없네.
類君子之謙虛하여 秉恒德而不惑이라
嗟 小人之徇財하여 眛斗筲之局하고
促以有涯之量으로 趁無窮之欲하여
積不知散하며 猶謂不足하니
小器易盈하여 顚沛是速이라
마치 군자는 겸허하여, 꾸준한 덕을 잡아 미혹하지 않는 듯.
아아! 소인은 재물에만 맘이 끌려, 두ㆍ초가 작은 줄을 모르고,
한도 있는 양으로 그지없는 욕심을 내어
쌓고 흩을 줄 모르며 오히려 부족하다 하니.
작은 그릇 쉬 차서, 금방 엎어지네.
* 두소(斗筲): 斗는 열 되, 筲는 대그릇 두 되들이. 모두 작은 그릇인데, 짧은 재주와 얕은 도량(度量)을 지닌 소인을 “斗筲之人”이라 한다.
予置斯甖於座右하여 戒滿溢而自勖하니
庶揣分而循涯하여 儻全身而持祿하리라 <東文選 卷之1>
내가 이 질항아리를 좌우에 두어,
차고 넘침을 경계하고 스스로 힘쓰노니.
분수를 헤아리고 정도를 따라서
적어도 몸을 온전하게 하고 녹을 지키리.
* 순애(循涯): 자기의 분한(分限)을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