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해야 할 표준어 (39)
<으로서/으로써>
-으로서와 -으로써는 그 발음이 아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쓰이는 환경까지 비슷하여 섞갈리는 일이 매우 많다. 흔히들 -으로서를 '자격격'조사, -으로써를 '기구격'조사라고 한다.
'자격격'이니 '기구격'이니 하는 것은 그 뒤에 <벤다>라는 서술어가 있을 때 (낫_벤다), 낫은 벤다의 행위에 대하여 기구 또는 수단이 된다. 낫은 풀을 베는 데에 쓰이는 도구이고, 또한 풀을 베려면 낫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에 낫이 서술어에 대해 가지는 격(case)을 '기구격'또는 '방편격'이라고 하며, 이 같은 사실을 나타내기 위하여 조사 -으로써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누가) 낫으로써 (풀을)벤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낫 뒤에 쓸모가 없다는 서술어가 있다고 하자(낫_쓸모가 없다). 서술어가 쓸모가 없다에 도구 같은 것이 있을 수 없다. 여기서 낫은 쓸모가 없다에 대하여, 낫이라는 자격(기준)으로 볼 때에는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경우에 낫이 서술어에 대하여 가지는 격을 '자격격'이라고 하며, 조사-으로서를 붙여 그 사실을 나타낸다. "(그것은) 낫으로서 쓸모가 없다."
-으로서나 -으로써 뒤에는 다른 조사가 더 붙을 수 있고, 서나 써는 생략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