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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사람들은 수학을 어렵게 여기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수학 과목을 떠올려보면, 사람들의 그런 생각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이해된다. 나에게 수학이란 주어진 공식을 외우고, 그 공식에 맞추어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과목이다. 문과를 선택해 대학에 진학한 이래, 지금까지 수학은 나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면서 살아왔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도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그저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국문학을 전공하는 나는 ‘수학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에 주목을 했던 것 같다. 사전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이 책은 수학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수학과 전혀 무관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수학을 품은 우리말 223가지’라는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23개의 표제어를 통해서 그 용어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풀이되어 있다. 저자는 ‘글을 쓰는 작가로 살다 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말 하나하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말 하나하나에 주목해 보니, 수학과 관련된 말이 의외로 많’다고 여겨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표제어들 가운데 수학용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어떤 경우에는 수학이라기보다는 그저 수와 관련된 표현들도 적지 않다고 여겨졌다. 예컨대 ‘가분수’나 ‘기하급수’는 분명 수학용어라 할 수 있지만, ‘가엾다’나 ‘갑부’를 수학용어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가엾다’의 ‘가’에서 가장자리나 한계를 의미하는 ‘가(가이)’를 추출하여 그것을 수학과 연결시키고 있지만, 실제 그 단어는 사람들에게 그저 ‘마음이 아플 만큼 상태가 안 좋고 안타깝다’라는 관용어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갑부’라는 단어 역시 ‘부자 가운데 으뜸이 되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일 뿐이다. 이러한 예는 이 책에서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해당 단어의 어원을 따져 수학과의 관련성을 밝히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수학사전’으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사전적으로 ‘숫자와 기호를 사용하여 수량과 도형 및 그것들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책에는 ‘수학’과 관련된 용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표현들도 수학적 사고와 관련시켜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수나 양과 관련된 단어들에 대해 실용적으로 풀이해 놓은 이 책은 실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풀이의 내용도 단지 사전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해당 단어가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법들을 적절히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저자가 풀이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아마도 글을 쓰는 작가로서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이 전제되어 있기에, 독자들은 표제어의 풀이 내용들이 자연스럽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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