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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명리심리학>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뭔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타고난 운명을 논하는 명리학과 그 사람이 현재 심리 상태를 따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심리학은 전혀 이질적인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학자인 저자는 언뜻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명리학과 심리학을 결합시켜 명리심리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는 입장이라고 이해가 된다. 아마도 심리학자로서 저자가 다양한 사람들과의 임상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움들이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서문에서 ‘정신과 의사인 나는 왜 운명을 탐구하는가’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서, 명리학을 접하면서 심리학만으로는 설명이 쉽지 않았던 상황들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서 조금씩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달리 바라보게 되었다는 진솔한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은 현재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여 논하기에 구체적인 현재 상황에 대한 대증 처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명리학은 사람들은 각자 타고난 운명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때문에 이 두 학문은 사람을 이해하는 관점이 전혀 이질적인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사람마다의 기질이 서로 다르기에 상황을 헤쳐 나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명리학을 통해 그 사람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면 유사한 상황이더라도 전혀 다른 처방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이라 하겠다.
‘명리학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이라는 제목의 1장에서는 심리학자인 저자가 명리학을 접하고 받아들이게 된 계기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겪었던 다양한 사례들이 설명되고 있어, 마치 내 자신이 저자를 통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장은 ‘정신의학과 명리학이 교차하는 지점’이라는 제목을 통해, 저자가 임상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했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명리학을 접하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상황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나 역시 명리학의 기본적인 전제를 이해하고 있기에, 저자의 설명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명리학을 통해 도움을 받았던 다양한 임상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다. ‘당신과 내가 우리가 되는 오행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아마도 저자의 임상 사례인 듯 다양한 사람의 사주를 제시하고 그에 관한 설명들이 덧붙여져 있었다. 다양한 이들의 사주를 제시하고, 그 사주가 가르키는 타고난 기질과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 등이 제시되어 있다. 물론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자신의 사주가 품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각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래의 삶의정해져 있다는 의미의 '운명론'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의미의 '운명론'이 바로 명리학의 요체인 것이다.
그래서 ‘내 앞에 놓인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4장에서는, 비록 ‘사주팔자’는 타고났을지언정 ‘운명(運命)’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있었다. 그 제목도 ‘내 앞에 놓인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라고 하여 그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 즉 명리학은 고정된 운명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질을 알고 그에 따라 삶을 바꿔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정신의학적으로 한 사람의 성숙도는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간다는 ‘자기 의지력’과 자기 결정력을 가늠하는 ‘자율성’. 다른 사람과 협동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인 ‘연대감’의 힘으로 본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질을 그 사람의 타고난 틀로 본다면 그 틀을 어떤 모습으로 만드는가는 심리이고, 그 결과로 형성되는 것이 성격이라고 설명한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그 기질을 결정하는 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명리학과 심리학이 결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파악했던 것이다. 실제 저자 역시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심리학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았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명리학은 단순히 한 사람의 운명이 고정되어 있다는 ‘운명론’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나 역시 명리학의 원리와 기본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고 있기에, 왜 심리학에 적용시킴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는가 하는 저자의 설명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자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즉 심리학이든 명리학이든 인간의 주체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각자의 기질에 따른 해결책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활용한 저자의 명리학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나로서는 일단 명리학에 발을 들여놓으면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지금 현재로서는 깊이 공부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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